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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Jan 25. 2024

24.01.24글쓰기 연습.

20살 새내기가 축구장에서 욕을 해요. 

오늘, 내일의 글은 20일에 언급했던 할 말 많다던 대학교 학과 축구팀 우승스토리를 이야기해볼까 한다. 크게 1학년과 2학년 때 이야기로 나눠서 써볼 예정이고, 오늘은 1학년때 입학부터 부주장을 맡게 된 이야기까지 적어볼게. 


이야기를 시작하며 내 학과 성비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더 이해가 편할 것 같아서 이야기해보려고 해. 우선 난 (구) 신방과, 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를 나왔어. 2016년 입학 당시에 카카오톡 단톡방에 총 62,3(?) 명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중에 남자 외국인 유학생 강기봉 형을 포함해 14명뿐이었지. 우리 학번은 평균 수준이고 그 위로는 남자가 더 적었어. 11명? 이런 성비를 가진 학과야. 이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가 뭔지 감이 오지? 맞아, 남자가 너무 적어. 학과 남자 1, 2학년들을 모두 합쳐도 22명이 될까 말까야. 심지어 우리 학과는 매년 단과대 축구 동아리와 우리 과 인원들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냐로 크게 싸웠어. 가뜩이나 없는 남자 인원수에 그  반절은 단과대 동아리로 가고, 그중에서도 축구에 관심 없는 친구는 가입을 안 하니, 1년에 잘 들어와야 5,6명인 아주 보잘것없는 축구팀이었지. 축구를 해본 적 없이 시청만 하던 친구도 "괜찮아, 우린 재밌게만 하면 돼~."라고 하면서 데려와 인원수를 맞출 정도였으니까. 매주 11명 축구할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어.


그런 학과 축구팀이 축구를 잘했겠어? 그래도 이런 상황인 것 치고는 좀 괜찮더라. 입학 전 새내기새로배움터 에서 동아리 홍보시간을 줬는데, 그때 말하기를 재작년 학교 전체 리그 16강, 작년 8강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해 주더라. 나름 언더독의 느낌을 가지고 있는 팀이었어. '8강이면 그래도 좀 괜찮네?'라는 생각을 가지고서 개강 주에 첫 경기를 뛰는데, 내가 너무 화가 나는 거야. 

축구를 못해. 못해도 너무~ 못해. 고등학교 때까지는 나름 학교에서 대표를 뽑는다 할 때 선발-후보 안에 드는 사람이니까 대학 사람들도 다들 나보다 조금 못하거나 비슷할 줄 알았지. 근데, 그게 아닌 거야. 전술을 논하기 전에, 기본적인 패스도 할 줄 모르는 친구들을 데리고 축구를 한다는 거 자체가 이게 팀이기 싶은 거지. 상대팀은 학교에서 3손가락 안에 꼽는 잘하는 팀이랑 게임을 하니, 연습게임 상대도 안 되는 수준이었어. 심지어 그 상대팀이 우리랑 라이벌인(솔직히 실력 차이가 그렇게 나는데 왜 라이벌인지는 모르겠어) 단과대팀인 거지. 그날 경기 이후에 '지금이라도 저쪽 넘어가서 축구차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미안해요 형들. 고민 끝에 상대팀으로 넘어가지 않은 이유는 그 당시 주장, 부주장 형들이 좋았기 때문이야. 고등학교까진 선후배 왕래가 거의 없으니까 잘 몰랐는데, 4살 많은 형이 이렇게 착하고 재밌고 편할 수 있나... 싶었지. 그 형들을 봐서라도 '그래, 동기들이랑 선배들한테 얘기 많이 하면서 우리의 팀을 만들어가 보자'라고 맘을 먹었어. 


그리고 대망의 학교 전체 팀들이 참가하는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1차전 경기 날이었어. 겉에는 20살의 패기를 두르고 속으로는 19살 동안 축구를 못한 한을 풀기 위해, 팀의 풀백으로서 그라운드에 올라섰지. 그날 경기를 뛴 22명 중에 나랑 동기 한 명 빼곤 모두 복학생인 그런 그라운드였어. 킥오프 전에 다 같이 어깨동무하고 분위기를 달구는 상황에서 주장형이 이야기했어. "그라운드 위에선 모두 똑같아. 나이 적다고 졸지 말고, 형들 편하게 부르고, 파이팅 넘치게 해서 이겨보자!" 이렇게 말이지. 그 순간 내 속에 승부욕 스위치가 딱 눌려버렸어. 무조건 이긴다. 이기기 위해선 뭐든 일단 하자!라는 생각만이 머리에 맴돌더라고. 그리고 그 승부욕은 그라운드의 모두를 당황시키기엔 충분했어.


"형, 쟤 아무것도 없어. 들이받아. 죽여! 태클해! 더더더! 오케이 수비 굳! x발 가자!" 이게 과연 새내기가 할 법한 말이었을까? 이것도 굉장히 많이 순화한 건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렸다. 부끄럽네요. 얼마나 심했으면 하프타임 때 센터백을 보던 당시 부 과장 형이 "승권아, 파이팅 넘치는 건 좋은데, 상대를 화나게 하면 안 돼"라고 충고를 해주셨을 정도니까... 하지만 난 '팀으로서 이겨야 하니까. 부족해 보이는 걸 채워줘야지'라는 생각만으로 멈추지 않았어. 그 경기는 이겼고, 형들은 "승권인 축구만 하면 다른 사람이 되네. 무섭다야"라며 평가를 해주었지.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다음 축구팀 간부는 너다'라는 생각을 형들이 했던 것 같아. 어떤 축구에 미친 새내기가 첫 경기부터 상대팀 들이박고, 파이팅 넘치게 욕도 하고, 승부욕을 마구 뿜어내겠어. 우리 팀일 땐 든든하고, 상대팀일 땐 마주하기 싫은 그런 느낌 아니었을까?

물론 나 스스로도 경기를 매주 뛰면서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 축구 잘하는 높은 학번의 형님들이 경기 전이라고 오셔서 수비하는 법, 공격하는 법을 직접 알려주셨고, 먹을 것도 사주셨어. 새내기 때는 이런 선배들의 선배미 한번 보면 정신 못 차리잖아. 시간이 흘러 단과대 대회 4강 경기 때, 마지막 추가시간에 내가 상대 발을 걸어서 프리킥을 내주고 말았어. 그리고 그 프리킥으로 우리가 골을 먹혀 떨어졌거든. 그때 너무 팀원들한테 미안하고 나 스스로한테 화가 나서 눈물이 나오더라고. 이 정도면 축구선수를 했어야 했나? 팀원들도 너무 아쉬워하고 분했겠지만 나한테 와서 괜찮아, 너 잘못이 아니야, 잘했다고 토닥여주는 거 있지. 그 말 듣고서 더 울어버렸잖아. 


그렇게 1년이 지나가고, 12월에 마지막 세미나 시간에, 난 17년도를 이끌 부주장이 되었어. 후일담에 의하면 주장을 주고 싶었는데 사진 동아리에서 이미 나에게 간부를 주겠다 이야기를 한 상태였어. 그 당시에는 동아리 짱(회장)을하면 다른 동아리 간부를 못하는 불문율이 있어서 부주장을 주게 되었다~라고 하더라고. 누구 밑에서 하는 건 별로였지만, 결과적으로 부주장, 부회장을 한 게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었다 생각해. 부주장이 되고, 인원을 모으고, 우승을 하게 된 이야기는 내일! 적도록 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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