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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영 Jul 13. 2020

집행과 벌금 독촉 버전 2. 내가 대부업체 같을 때

사건 이야기

<집행과 벌금 독촉 버전 2. 내가 대부업체 같을 때>


뚜루루 – 뚜루루 -

미납자 : 여보세요

나 : 여보세요. 박미납 선생님 맞으세요?

미납자 : 그런데요, 어딥니까?

나 : 네~ 여기는 00검찰청 집행과입니다. 다름 아니라, 음주랑 폭행이랑 해서 벌금 350만 원이 아직 납부되지 않으셔서 전화드렸습니다.

미납자 :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형편이 어려워서. 아이고 아이고 죄송 죄송. 근데 제가 진짜 돈도 없고, 좀 미뤄주시면 안될까요.

나 : 아, 저한테 죄송할 필요는 없구요. (목소리 조금 거만) 선생님 저번에도 전화 주셔서 분납신청하신다고 해놓고 안 하시고, 저희도 이제 방법이 없어요. 이미 지명수배도 됐구요, 이대로 계속 납부 안 하시면 저희도 검거팀이 출동할 수밖에 없어요.

미납자 : 아이고, 선생님. 그러면 벌금 조금만 깎아주지요.  

나 : (조금 거만) 선생님, 벌금이 시장에서 나물 사는 것도 아니고 뭘 깎아요. 안됩니다. 지금은 이미 지명수배도 되어서 납부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미납자 : 아이고, 선생님. 한 번만 봐주이소.

나 : (그럼 내가 좀 봐준다 목소리) 그러지 마시고, 현금 생기는대로 5만 원이든 10만 원이든 신한은행 계좌로 넣으세요. 조금씩 납부하셔도 다 수납처리가 됩니다. 조금씩이라도 납부를 하셔야 검거팀에서 보고 ‘그래도 이 사람은 돈을 낼 것인가 보다’ 생각해서 다른 사람 먼저 잡으러 가지 않겠습니까.

미납자 : 예예. 감사합니더. 제가 5만 원씩이라도 돈 생기는대로 신한은행에 넣을게요. 내 잡으로 오지 마이소.   

나 : 네. 그럼 빨리 납부해주시구요, 지금 수배중이니까~ 오늘 당장 저희가 잡으러 가지는 않겠지만, 교통법규 위반이나 이런 걸로 선생님이 경찰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조심하시구요. 뭐 어차피 음주라서 운전도 못하시겠네요. 암튼 납부 안 되면 또 전화드립니다.



사채업자 버전으로 전화할 때. 핵심은 지명수배 상태라 검거팀이 출동할 수 있다는 채찍과, 5만 원이든 10만 원이든 부분수납도 가능하다는 당근을 요리조리 잘 사용하는 것.

이렇게 상담하고 정말 5,000원씩 10,000원씩 용돈처럼 납부하시는 성실한 미납자 있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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