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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영 Aug 25. 2020

엄마가 무조건 미안해

사건 이야기


  형편이 어려운 모자가정이었다. 고등학생 아들은 00브랜드 청바지가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명품은 아니고 어중간한 가격의 흔한 백화점 브랜드였다. 엄마는 힘들고 어렵게 바지를 사주었고, 몇 달 후 아들은 고소를 당했다.



중고나라에서 00청바지를 진품이라고 해서 샀는데, 허접한 가짜입니다.
조금만 살펴보면 가짜인 게 티 나는데,
판매자가 끝까지 진품이라 우기며 환불을 거절하여 고소장을 접수합니다.
엄벌에 처해주십시오.


  그랬다. 아들은 엄마한테 조르고 졸라 받은 청바지를 몇 번 입다가 중고나라에 팔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구매자가 상품이 가짜라며 무조건 환불하라고 어깃장을 놓았다. 나중에는 귀찮아서 연락을 안 받았더니 사기로 고소할 거라고 협박을 하고는, 진짜로 고소장을 접수하며 나중에는 합의금까지 요구하였다. 


  결국 아들은 피의자의 신분으로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다. 억울했다. 엄마한테 받은 청바지를 팔았을 뿐인데 왜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가. 엄마한테 받은 청바지가 좋긴 했지만  생각보다 잘 안 입어져서, 집에 놀려두기에는 아까우니 푼돈이라도 받으려고 중고나라에 팔았다. 그뿐이었다. 


  경찰은 그 제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참고인으로 학생의 엄마를 조사하였다.


“이 제품을 어디서 구매하셨나요?”


  엄마는, 아마 엄마는 손발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펑펑 터지는 것을 겨우겨우 어금니로 깨물고는 힘들게 목구멍으로 말을 뱉었다.


  “죄송합니다. 아들이 00바지를 사달라고 했는데 백화점에 갔더니 가격이 좀 비싸서 고민하다가 길거리 가판대에 똑같은 걸 싸게 팔기에 그걸 샀어요. 아들이 너무 좋아해서 말을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물건 값 변상은 물론, 합의금도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들에게 선처 부탁드립니다.”



  아들은 불기소(혐의없음)상태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물론 바지의 환불처리와 소정의 합의금도 지급한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없는 형편에 그 합의금은 원하던 청바지의 정품을 충분히 사고도 남는 돈이었다.


“엄마가 사준 바지가 한 번도 가짜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경찰 조사를 마치고 엄마와 고등학생 아들이 귀가하여 어떤 결말을 맺었는지 나는 모른다. 쪽팔리게 이게 뭐냐며 펄펄 뛸 아들의 모습도 떠오르고, 그걸 왜 쓸데없이 인터넷에 팔았냐며 등짝을 후려치고는 속상함에 소주라도 퍼부울 엄마의 모습도 상상되었다. 그러나 부디 이것은 나의 상상으로 끝나고 몇 년 후에는 그저 농담처럼 하나의 해프닝으로 웃으며 건강하게 지나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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