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미는?
익숙한 질문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쉽게 대답하기가 어려워진다. 과거에는 그저 재미있는 것 하나쯤 가볍게 던졌다면, 이제는 나의 취미에 성과와 실력을 대입하게 된다. "이걸로 뭐라도 하고 있어야 취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묘한 부담감?
취미는 원래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 행위 자체로 즐거우면 충분한 것. 잘하면 좋겠지만 못해도 괜찮고, 아무도 평가하지 않으며, 순수하게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취미마저도 잘해야 할 것 같은…
예를 들어 A와 B의 취미가 골프라고 가정해 보자. A는 친구들과 가끔 스크린만 치며 백돌이 수준으로 즐기지만, B는 레슨도 꾸준히 받는 싱글 골퍼이다. 같은 골프라는 취미를 공유하면서도 A는 어딘가 주눅 들고, B는 괜히 자신이 나서는 건 아닐까? 머뭇거려진다. 취미에서조차 수준이 생긴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취미라는 말에 실력, 장비, 투자, SNS 피드의 완성도까지 포함해 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잘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영역으로서의 취미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누군가는 요리를 좋아한다지만, 미슐랭급 플레이팅이 아니면 취미라고 말하기 망설이고, 누군가는 피아노를 친다지만 콩쿠르에 나가지 않는 이상 “그냥 취미예요”라는 말조차 죄스럽다. 그 결과, 우리는 말할 수 없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고, 자신 없는 열정을 몰래 숨기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취미야말로 삶에서 가장 순수한 나만의 시간이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세상의 평가 기준과는 조금 떨어진, 내가 나로 존재하는 방식이다. 누가 듣든 말든, 잘하든 못하든, 나를 단단하게 지켜주는 사적이고도 내밀한 시간 말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잘하는 취미가 아니라 계속할 수 있는 취미다.
지속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고, 사소할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 무언가. 그건 그림일 수도 있고, 식물을 보는 일일 수도 있고, 뜨개질이나 오래된 영화 감상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냥 가끔 해보는 것’ 정도여도 괜찮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취미의 모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