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파키스탄 북쪽 이야기
앞서 언급한 적이 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우리 시댁은 파키스탄에서도 아프가니스탄과 가까운 북쪽 지역이다. 대체로 파키스탄 북쪽은 pashuto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미디어에서 항상 테러의 나라로 얼룩져 나오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내가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파키스탄 북쪽의 자연경관이 너무나 아름답기에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파키스탄 북쪽 지역을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나마 들었다 해도 스왓트(swat) 지역을 알 것이고, 다른 지역은 잘 알려져 있지 않기에 들어본 적이 없을 거라 생각이 든다. 특히 앞서 과일이야기를 했었는데, 봄에 swat에서 재배하는 복숭아는 꼭 먹어야 한다. 그 지역 복숭아가 제일 당도가 높아서 맛이 제일 좋다고 하고 파키스탄 사람들도 swat 복숭아를 최고의 품질로 여긴다고 한다. 스왓트 지역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상세하게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북쪽 kumrat valley 여행기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난해 친정부모님과 나의 막내이모가 파키스탄에 방문하게 되었었고, 시댁가족과 다 같이 어디를 여행 다녀올까 고민하다, 남편의 큰형이 운영하고 있는 Kumrat valley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Kumrat 지역은 우리 시댁인 badwan에서부터 8시간 걸린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출발한다 생각하면 무려 11시간이 소비되는 곳이다. 보통 이슬라마바드에서 훈자로 갈 때 비행기를 이용해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Kumrat 지역은 비행장이 없기에 오로지 사륜구동차처럼 생긴 운송수단으로 이동해야 한다. 4시간은 도로 그다음 4시간은 돌과 함께 덜컹거리며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시아버지의 조카가 있는 곳을 1차 목적지로 열심히 달려갔다. 북쪽으로는 외국인이 아직 많이 왕래하지 않기에 곳곳에 검문소에서 여행객들의 인적사항을 적기도 한다. 나와 아이들은 영주권 같은 5년 기간 POC카드를 한국에서 신청해서 왔기에, 따로 비자신청을 하지 않았었다. 나의 친정가족들은 3개월 단기 비자를 발급받아 왔기에, 검문소에서도 인적사항을 작성하고 출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아버지의 조카 남편이 나름 직급 높은 경찰이었기에, 동네 어귀에 들어서서는 나름 한국에서도 받지 못한 에스코트를 받으며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까지 3시간을 넘게 달려서 왔으며, 우린 잠시 목을 축이고 이제 다시 시아버지 친구네 집에서 하루 묵어가기 위해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한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곳은 차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 되니 소리에 민감하게 되고 우리가 출발한 그날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흙길이 매우 미끄러워 다들 온몸에 긴장을 바짝 세우고 걸음을 재촉하게 되었다. 게다가 앞도 잘 안 보여서 휴대폰 빛에 의지해서 조심히 걸어가야만 하는데 귓가에 들리는 물소리가 마치 대지가 흔들리는 것처럼 어마어마하였다. 그래도 다행히 조심히 다들 시아버지 지인 집에 도착하였으며,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위해 허기진 배를 채우라고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다 주시니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었다. 다만, 우리 첫째는 차를 오래 타는 바람에 차멀미를 하여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누워있다가 바로 구토를 하게 되었고 아이들이 앞으로 4시간을 더 갈 수 있으려나 걱정하며 서둘러 잠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였지만 쉽사리 잠들기 어려웠다.
어두운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에 의지한 채 잠을 청했던 우리는 아침이 되어서야 집밖으로 나와 주변환경을 둘러보게 되었다. 천지가 뒤흔들리는 것 같았던 무서웠던 물소리는, 눈으로 그 광경을 보고 나니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왜 물소리가 무섭게 들렸었는지를. 전날과는 다르게 맑게 개인 하늘을 보니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우리가 방문하기 1년 전 2022년에는 파키스탄에 홍수가 너무 크게 났었는데, 그때 정말 많은 집들이 쓸려내려갔다고 한다. 이곳도 그때 많은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라고 하니 참으로 자연 앞에서는 모든 인간은 아무런 힘도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지난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저 강물 위 다리를 건너갔다는 생각에 순간 땀이 삐질 났었지만, 세차게 흐르는 강물과 반대로 우리는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에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고 차에 오르게 되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아침 일찍 떠날 채비를 마치고 출발하였으며, 그렇게 우린 앞으로의 고난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