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파키스탄 북쪽 이야기
다시 시작된 4시간의 고행길. 이제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오로지 돌이 가득한 산길을 지나가야만 한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니 아이들이 처음에는 신이 났다가 점점 길어지는 운행시간에 슬슬 짜증을 지나 화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왜 여길 오는 거냐며 첫째의 볼멘 아우성이 차 안 가득 퍼져나갔다. 그러자 덩달아 막내도 "다시 집에 가자"라는 짜증을 내길래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너희 친구들이 한국에서 하는 캠핑과 너희들이 지금 직접 체험하는 캠핑은 전혀 다른 거야. 너넨 오프로드 캠핑을 즐길 수 있으니 좀 만 더 참고 즐겨보자." 아이들이 내 말을 이해했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좀 더 참고 기다리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제와는 다르게 맑게 개어 반갑게 맞아주는 하늘이 우리의 여행길을 조금이나마 더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았다. 아이들도 눈앞에 설산이 보이자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풍경에 "우와" 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눈 덮인 산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금세 피로는 잊고 풍경을 보며 즐기게 되었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마지막 마을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이것저것 물품을 구매하고 있었고, 그곳에서는 캠핑장으로 향해 갈 때 일반 자가용은 진입하기가 힘듦으로, 렌트를 해서 가거나 차를 바꿔 타서 산 쪽으로 올라가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목조건물의 모스크(이슬람식 성원)가 매우 인상 깊었다. 나무로 지었는데 백년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관리가 잘 되고있는 우리나라랑 비교해서 생각하면 안된다. 이곳은 파키스탄 아닌가. 관리보다는 방치를 많이 하는 곳이다.
겉모습의 놀라움에 들어가 본 내부는 역시나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되었다. 한국에서 사찰을 저렇게 관리해 놓은 곳은 내가 아직 못 본 것 같아 하는 소리이다. 아무래도 마스지드는 나라에서 관리를 하기보다는 누군가의 후원을 받아야만 관리가 되기 때문에 저리 방치된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였다. 대부분의 파키스탄의 마스지드는 나라에서 세우는 게 아닌 돈 많은 이름 모를 누군가의 후원이 모이고 모여 짓게 된다고 들었다. 건물을 세우고 나서의 관리는 뒷전인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운 모습이다.
그나마 위층은 또 새로 공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아래층도 하루빨리 리모델링하여 좀 더 깨끗한 목조건물의 마스지드를 다음번에 만나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이들의 말대로 정말 인샤알라 [InshaAllah-알라의 뜻대로]이다.
찰나의 마을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길을 서둘러 가야만 했다. 우리는 시댁에서부터 사륜구동 차를 타고 왔기에 차를 바꾸지 않고 그저 아이들 먹을 과일과 기타 주전부리만 구매하였으며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아무리 이른 시간에 출발했어도, 산속 캠핑장은 다른 곳에 비해 더 빨리 해가 지기 때문에 그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산 쪽으로 향해갈수록 눈 덮인 산이 점점 가까워지는 게 보였으며, 길은 점점 더 우리 엉덩이에 고난과 시련을 안겨주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가 이 고난과 시련을 참을 수 있던 이유는 자동차 창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앞서 말한 적 있지만 2022년 파키스탄에는 대 홍수가 났던 일이 있었다. 그때 파키스탄 전역이 홍수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아직도 복구되지 않은 곳이 많다고 들었다. 그리고 여기 Kumrat 또한 산에서 돌들이 떠내려와 많은 나무들이 죽고 피해를 보게 되었다. 소나무가 많은 산이였기에,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특히 이 지역 사람들이 소나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불법(한국인이 보기에는 불법이지만, 이들에게는 불법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벌목이 지금까지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남편 말에 의하면, 파키스탄 이 지역 소나무만 다 갖다 팔아도 IMF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하니 그만큼 이곳에 소나무가 제일 좋고 크게 자란다는 이야기겠거니 싶었다.
푸르른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이들에게 도시의 생활은 정말 피곤한 삶으로 다가왔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자연이 너무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아니, 그림 같다는 표현보다는 이 또한 신의 작품이라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나 한국은 땅이 좁기에 아무리 방목해서 가축을 키운다 해도 정해진 울타리 내에서만 가능할 텐데, 여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그저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다니면서 풀을 뜯어먹으니 얼마나 자유롭지 아니한가.
차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인내심이 극에 달할 때쯤, 무려 8시간( 잠시 쉬었다 온 시간과 머물렀던 시간은 제외하고)을 달려서 도착한 캠핑장은 울창한 소나무 사이 속에 자리 잡아 온갖 피톤치드를 마음껏 맡을 수 있는 곳이었다. 호텔이나 리조트의 개념이 아닌 캠핑장이기에 텐트를 여러 개 설치해 놓고 그 안에 침구류를 넣어놓았으며, 요리와 간단한 식재료부터 간식거리 응급상비약이 구비되어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캠핑장에 도착해서 우선 4시간을 달려왔기에 우리에게는 휴식이 필요하였다. 텐트에 나눠 짐을 풀고 다들 오래간만에 느긋한 휴식을 취하며 흐르는 강물을 보며 나른함을 즐기게 되었다. 잠시 휴식시간을 갖으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정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어찌나 소나무들이 위로 쭉쭉 뻗어 자랐는지 나에게는 매우 신기하게만 보인 모습이었다.
메인 셰프가 요리해 주는 음식은 정말이지 우리가 따라 하지 못하는 손맛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를 위해 바비큐도 직접 구워주시니 얼마나 감사할 따름인가. 허기진 손님들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셰프에게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였다.
그날의 바비큐는 우리가 많이 허기져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너무나 맛있었다. 아무래도 풍경과 만들어주신 분들의 노고가 더해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6월이라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곳은 서늘하였기에 긴팔이 필수인 kumrat valley. 이러한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언제 또 우리가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셔터누르기가 정말 바빴던 것 같다. 하물며 파키스탄 놀러 와서 우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던 친정가족들 마저도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 풍경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 같다. 애메랄드 빛으로 흐르는 강물이 너무나 이뻐서 발이나 담가볼까 했는데, 빙하가 흐르는 물이라서 그런지 너무나 차가워 담글 수가 없었다. 다른 여행객들은 과일을 강물에 담가 시원하게 해놓기도 하였고, 나는 그저 흐르는 강물을 내 눈에 고이 담아놓게 되었다. 사진으로 잘 촬영해서 남겨놓으려 해도, 내가 직접 본 풍경과 사진 속 풍경은 확연히 다르기에 난 나의 눈에 모든 걸 빼놓지 않고 담으려 했다.
잠깐 여담을 이야기하자면, 다른 캠핑장에는 없는 이곳 캠핑장만의 장점은 바로 한국 믹스커피이다. 남편의 큰형이 한국에 다녀갔을 때가 있는데, 그때 믹스커피 맛을 보고 반했다고 한다. 그래서 꾸준히 큰형을 위해 믹스커피를 보내왔는데, 그게 바로 큰형이 운영하는 캠핑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가끔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커피를 물어보러 캠핑장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대단한 한국산 믹스커피 아닌가!!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우리도 자연 속에서 한국의 믹스커피를 맛보고 있자니 너무나 황홀한 기분이었다. 한국산 제품이 파키스탄 이 먼 곳에서도 전파되고 있다니 너무나 놀라웠다. 사진으로 남겼던 기억이 있는데 찾지를 못해서 첨부하지 못하였다. 조만간 찾으면 수정해서 커피믹스 사진 첨부해야겠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우린 캠핑장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특히나 캠핑장 뒤 산에는 폭포가 흐르고 있었기에 아이들과 탐방을 나서게 되었다. 정말이지 이런 구름을 또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배경을 파키스탄 훈자를 여행하고 나서 제작하였다고 하였는데, 그분이 여길 와봤다면 이곳 또한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조심히 해보게 되었다.
오르던 길에 꾸벅꾸벅 졸던 아기 염소 한 마리가 있길래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려고 하니 얼굴을 바짝 세우고 포즈를 취하는 것 같았다. 졸다가 포즈를 취하는 것 같은 아기염소가 당황스러웠지만, 자기를 촬영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건지 모델 같은 모습을 보여주길래 얼른 촬영하게 되었다.
나름 세차게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보고 있자니 내 마음 한편의 응어리도 싹 쓸려나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폭포수 맞은편으로 보이는 풍경 또한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원한 모습에 온 가족이 기분 좋아해서 만족스러웠다. 이곳에서 친정부모님의 명품 사진도 촬영할 수 있었고 사진 찍기 좋아하는 이모도 모델처럼 포즈를 취해주니 다들 기분 좋은 첫날을 보내게 되었다.
잠시의 휴식시간을 갖으며 폭포 탐방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도 이슬라마드대학교에서 온 학생들이 한가득 캠핑장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남편이 슬쩍 이야기해 준 말에 의하면, 우리가 마을을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서면서부터, 한국인이 있다는 말에 경찰 경비 2분이 같이 동행하게 되었다. 우리가 지낼 때까지 함께 해주신다 하니 우리에게는 고마운 일 아니던가. 암튼 그 2분이 캠핑장 앞을 지키고 있다 보니 지나가던 학생들도 여기는 안전하겠다 싶어서 우리가 머무는 곳으로 함께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웃기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외국인 여행한다고 경찰 경비원이 동행하는 일이 있을까? 뭐 사비를 털어서 가드를 붙인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국이 그렇게까지 위험한 국가는 아니기에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외국인이 방문하는 일이 드문 곳이고 외국이라고 해도 중국인이 대부분 차지했을 것이다. 한국인은 처음 방문한 곳이기에 그들에게 한국인은 좀 더 보호해야 할 외국인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 안전을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이니 우린 좀 더 편안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그날 저녁 이슬라마바드 대학생들의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