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도움받으며 살아가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한국에서는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쉽게 어디든 나가서 살 수 있었고, 무엇을 만들어 먹고 싶으면 레시피만 인터넷으로 찾아서 있는 재료 혹은 없다면 동네 마트 혹은 우리 집 옆 편의점에서라도 가서 사 오면 금방 만들 수 있었으며, 만들기도 귀찮을 때는 배달 어플을 이용해 쉽게 주문해서 빠르게 받아먹을 수 있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에서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외국생활을 하는 엄마들의 블로그나 인터넷영상들을 볼 때, 왜 저렇게까지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었는데 이제와 보니 왜 그러는지 뼈저리게 깨닫는 중이다. 친정 옆에서 살았던 나는 엄마가 김장을 한다 하면 “요즘 그거 누가 힘들게 해 그냥 사다” 먹어라는 말을 했었고, 엄마가 김치 만드는 법 좀 배우라해도 “난 사다 먹을거야. 우리집에 먹는 사람 나하나야.” 라고 했으며, 김치도 그리 즐겨 먹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한통만 받아와도 겨울 내내 먹게 되었다.(우리 집에서 김치 먹는 사람은 나 하나뿐)
고추장, 된장, 간장, 기타 조미료 무엇이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기에 한국에서는 한식을 배우려 하지도 않았고, 그저 있는 그대로 생활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한식을 먹는다고 해봤자 어쩌다 된장국, 어쩌다 뭇국 그러다 간혹 비빔밥 정도만 만들어 먹고 나머지는 거의 배달어플을 이용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러던 내가 파키스탄에 오고 나서 이제야 나는 한식을 찾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한식보다는 빵, 서양식을 즐기던 나였는데 이제는 생일이면 미역국을 찾게 되고, 속 편한 된장국이 생각나기도 하고, 매콤한 참치김치찌개 먹는 꿈을 꾸며 어느새 파키스탄 무를 사다가 깍두기를 만들고 채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항상 남이 해주는 것만 먹다가 내가 만들어 먹으려 하니 요리법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며 맛이 다를 때도 많다 보니 한국 맛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그래도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발휘해 가며 인터넷에 나온 레시피들을 훑어가며 나름 이곳에서 이 반찬 저 반찬 만들어 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여기 파키스탄에는 나만 한국인이 아니다. 카라치, 라호르, 이슬라마바드 어느 정도 한인분들이 계시며 내가 있는 이곳 bahria town 에도 한국분들이 계신다. 이곳에 오고 나서 한 친절한 한국분에게 단톡방(근처 사시는 분들 위주) 초대를 받게 되었고, 나까지 해서 5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활발하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나를 제외한 4분 모두 이곳에서 10년 이상을 살아오셨기에 이웃들과 소통하는 법 및 한식 만드는 다양한 법을 이미 터득한 분들이 시라 내가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두 번 정도 밖에서 만나 뵙고 지난달에는 우리 집으로 초대를 하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파키스탄에서 미니멀리즘(?)을 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것이 약간 쑥스러웠는데 다행히도 다들 괜찮다 해주시니 마음 편하게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초대받아 우리 집에 오시는 분들이 떡볶이, 김치부침개, 겉절이, 인절미 이와 같은 음식들을 만들어 오시니 난 너무나 황홀했었다. 특히 김치부침개와 인절미는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제는 한 분의 초대를 받아 그분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의 global 축제를 다녀오게 되었는데 김치와 상추와 숙주까지 잔뜩 챙겨주셔서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었다. 게다가 지난번 아이가 아플때는 한국에서 가져 온 보리차 티백을 나눠주시는 분도 계셔서 너무나 감사했었다.
남편은 파키스탄에서 한국 오고 나서 가족이 그립다는 둥 고향이 그립다는 둥 그런 소리를 했었는데, 솔직히 나는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가족관계로 얽힌 사람들만 아니면 큰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렇게 한국분들이 서로서로 도와가며 십시일반 음식도 서로 나누어먹고 하니, 고향의 맛을 그리워할 시간보다는 그때그때 서로 각자의 스킬을 공유하며 만들어 먹게 되니 아직까지는 너무나 즐겁고 재밌기만 하다. 시간이 더 흐르다 보면 나에게도 향수병이라는 것이 생길 테지만, 그때는 또 나름대로 헤쳐나갈 방안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