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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프리지아 Sep 15. 2023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되다.

본격적인 타국에서의 삶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렸을 적, 나는 가장 보편적인 한국인 아이로 지내왔다. 어디 하나 특출 나지 않고, 남들과 똑같이 비슷하게 성장해 온 것 같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그리고 졸업하고 1년 좀 안되게 사회생활을 하는 와중에 내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한국과는 정반대 편에 있는 곳에서 태어난 남편이 아니었으면 평생 신경도 안 써보았을 나라 파키스탄. 그곳에서도 저 멀리 시골 산골짜기에서 태어난 남편은 파키스탄에서 고등학교까지 마무리하고, 자신의 친형을 따라 한국으로 유학 오게 되었다. 남편은 한국에서 어학원을 다니고, 대학교에 입학하여 정규 대학교 수업을 들었기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남편이 한국어가 아닌 영어만을 사용하였다면, 과연 우리가 부부로까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남편과 내가 만난 건 2012년, 내가 가족여행으로 튀르키예를 여행하고 와서 이후이다. 튀르키예에서 보내고 온 일주일 남짓 시간이 나에게는 정말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자,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 새벽마다 들리던 낯선 예배소리와 코리안이라면 엄지를 치켜세워주던 정감 넘치던 튀르키인들의 모습. 그전까지는 이슬람문화권 사람들에게 갖고 있던 편견이라던가, 미디어에서만 접했던 모습들 때문에 벽을 세우고 있었는데, 튀르키예에서 좋은 영향을 받아서 인지, 여행 이후로는 나의 경계심이 약간 허물어져 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리 낯설거나 경계심을 잔뜩 세우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남편을 만나고 나서야 파키스탄이 어떤 곳인지, 우리나라에서 어느 쪽에 위치해 있는지를 알게 된 것 같다. 그렇게 남편을 만나 1년 남짓 연애를 하게 되었고 결혼을 약속하고 날짜를 받게 되면서 시댁을 방문하게 되었다. 첫 시댁방문이 2013년이다. 그리고 현재 2023년, 10년이라는 시간 속에 파키스탄도 아주 더디지만 조금씩 점차 발전해가고 있지만, 아직도 경제상황은 너무나 나쁘기만 하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아오다 이제 남편의 나라로 다시 오게 되었는데 왜 굳이 파키스탄이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여기에 오기까지 결정해야 할 때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단 하나만 생각하기로 하였다. 바로 아이들의 언어적인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첫째가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영어에 대한 학습이 전혀 진전이 없고 세 아이 모두 영어로 말하는 게 너무나 낯설다 못해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종종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한국말만 잘하면 되는데 굳이 영어를 왜 써야 하냐는 아이들의 말에 나도 모르게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전자의 반은 파키스탄, 반은 한국인인 우리 아이들이 한 가지 언어만을 배워 성장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그만큼 더 많이 해외에서 살아갈 기회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기에, 더 늦기 전에 남편과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파키스탄으로 오게 되었다.


나도 사실 처음부터 파키스탄으로 정한 건 아니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다양한 영어권 나라가 있는데 영어에 익숙해지고 빠르게 배우려면 그곳으로 가는 게 당연 좋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첫째, 한국과 파키스탄이 아니면 우리들은 현지인이 아닌 외국인이다. 다시 맨땅에 헤딩하듯이 처음부터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아이들도 힘들 것이고, 우리도 시간도 돈도 없기에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긴다. 둘째, 우리 아이들의 언어가 제일 큰 관건이었다. 한국에서만 생활하고 자라왔고, 게다가 이중언어에 대한 노출이 없어기에 아이들 언어 학습이 제일 큰 문제였다. 아빠 나라에서 학습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아빠 언어도 배우고, 학교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기에 영어에도 노출이 되니 오히려 아무도 모르는 타국보다는 아빠 나라가 조금 더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정에 맞게, 아이들에게 양쪽의 문화를 다 알려주며 언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곳에서의 삶도 살아보며 적응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려오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최종 종착지가 파키스탄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30년을 넘게 살아온 나조차도 타국에서의 삶이 쉽게 적응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몇 달, 몇 년을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내가 조금이라도 하루빨리 적응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파키스탄의 다양한 삶과 희로애락을 한국 구독자들과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안 좋게 보는 부분도 있을 테지만, 구독자분들께서 너그럽게 넘어가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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