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을 함께 해 온 물건들에게 미련을 버리자
본격적인 해외 이민준비에 제일 첫 번째는 짐정리인 것 같다. 무려 10여 년 넘게 함께해 온 나의 집안살림들을 이제 하나씩 정리해나야 하는 것이다. 값비싼 물건들은 아니었지만, 남편과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첫째를 낳고 둘째를 낳고 셋째를 낳고 지금까지 함께 해온 물건들이기에 돈으로 매길 수 없는 추억이 가득 담겨있는 것들을 하나 둘 치워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하루아침에 끝낼 수는 없고, 가기 전까지 계속 담고 치우고를 반복해야 하는데, 나에게는 엄청난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가져가야 하는 무게는 한정되어 있기에, 최대한 많은 양을 알맞게 넣을 수 있도록 머리를 써야 했다. 파키스탄 까지는 아직 직항이 없으므로 항상 경유지를 거쳐서 파키스탄 까지 가야 하는데, 4번을 다녀오면서 대부분 타이항공을 이용하고 딱 한번 중국 항공사를 이용한 적이 있다. 그나마 중국을 경유해서 가는 것이 시간이 조금 덜 소모되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하려 했었지만, 출국해야 할 날짜가 다가올수록 비행기 스케줄이 계속 취소가 되어 우리는 타이항공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총 인원 5명, 차이나항공을 이용할 때는 1인당 40kg 수화물을 담을 수 있었는데, 타이항공은 1인당 30kg이다. 총 무게 200kg에서 150kg으로 줄어버리니 나의 이민가방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5명의 총 무게 200kg이라 생각했을 때 정말 가져갈 수 있는 건 다 가져가야지 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다 담았는데, 무게가 50kg이나 빠지게 되면서 우선순위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담기 시작하였다. 이렇게까지 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파키스탄이 어떤 곳인가.. 있어야 할 건 없고 없어야 할 건 있는 그런 나라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남편이 사 온 5개의 이민가방에 압력밥솥이며, 아이들 물통이며, 학교에서 필요한 것, 집에서 필요한 것, 아이들 사계절 의류 등 담을 수 있는 건 정말 최대한으로 꾹꾹 눌러 담기 시작하였다. 참고로 해외이민 가시는 분들에게 이민가방은 정말 필수이다. 일반 여행용 캐리어가 아닌 이민가방에 물건들을 담아야 정말 최대한으로 많이 챙겨갈 수 있다.(무게 체크는 필수) 무게가 줄어들면서 아이들 것 위주로 챙기다 보니, 남편과 내 거는 넣을 자리도 없을뿐더러 아직 더 많은 걸 보내야 하기에 우린 배 수화물 운송도 선택하게 되었다. 배송받는 데까지 거의 2달이 걸릴 테지만, 일단 그렇게라도 보내야 나중에 편하게 사용할 수 있기에 우린 남편 지인을 통해 바다 건너올 것들도 분류해서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출국하기 직전까지 우리 집은 정말 초토화 상태였다. 이민가방에 물건을 다 챙겨 넣으면 뭐 하나.. 아직 집이 난장판인걸.. 1년 후, 방학 때 한국에 방문할 예정인지라 모든 걸 다 처분하지는 않았다. 결국 우리가 출국하고 나서 우리 집은 부모님과 친정이모님이 눈물을 훔치며 청소해 주었다.
나 혼자 생각에는 모든 걸 다 깨끗이 정리하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옆에서 코웃음 치던 남편의 얼굴이 떠오른다. 남편은 예상했을 것이다. 내가 다 정리 못하고 간다는 것을.. 파키스탄에서 다른 나라로 가게 되면 다 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