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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프리지아 Oct 30. 2023

파키스탄 차 한잔의 여유

한국에서 즐겨 마시지 않던 밀크티

한국사람들에게 짜이는 익숙지 않은 단어일 것이다. 그럼 홍차, 밀크티는 어떠한가? 나도 한국에서 남편을 만나 처음 밀크티를 접했을 때, 이러다 당뇨 오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한국에선,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던 나였기에, 더욱이 따뜻한 밀크티는 선뜻 손 이 가지 않았었다. 이민오기 전까지 시댁을 총 3번 방문했었는데, 그때도 매 식사 때마다 나오는 밀크티를 나는 손대지 않았다. 직접 짜서 가져왔다던 우유의 향이 나에게는 너무나 낯설었기에 그랬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파키스탄에 온 지 벌써 두 달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 나는 이제 밀크티를 선호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가 밀크티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바로 우유이다. 우유의 맛이 밀크티의 맛을 좌우한다 할 수 있는 것 같다. 좋은 우유로 맛을 내야 밀크티도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를 일으키는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유와 차를 조합해서 만든 음료인 밀크티는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으며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음료 중 하나라도 한다. 밀크티의 역사는 다양한 문화와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각 지역에서 조리방법과 맛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예전 한 프로그램에서 콩고왕자 조나단이 밀크티 만드는 모습이 나왔었는데, 웃기기도 하고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조리법이 익숙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파키스탄도 우유에 차를 넣어 끓여서 만들기 때문이다.

전참시(전지적 참견시점) 조나단 편 캡처

대부분 차의 기원을 찾아본다면 중국이 제일 먼저 나올 것이다. 중국에서는 밀크티를 '奶茶' (nǎichá)라고 불리며, 차와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로 약 20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다고 전해진다고 하며, 밀크티를 흑차(블랙티)나 녹차와 우유를 섞어 만들거나, 여러 가지 향료와 함께 조리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대만의 밀크티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많이 알고 있기도 하며, 1980년대에 시작된 '펄 밀크티' 또는 '버블 밀크티'라고 불리는 음료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나는 밀크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영국이다. 차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영국이 생각보다 차문화가 많이 발달되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었다.  홍차와 우유를 섞어 마시는 관행이 17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영국이며, 초기에는 홍차에 우유를 섞어 마시는 방법이 연극 및 사회적 모임과 함께 상류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특히 영국에서는 오전/오후 차 마시는 시간이 있는데, 이 차 시간은 소셜 모임과 대화의 중요한 부분이며, 밀크티와 함께 케이크 또는 비스킷을 먹는다고 한다. 이렇게 밀크티를 많이 마시는 나라인 영국,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시기에, 파키스탄과 인도 서북부 지역은 과거 인도 식민지로써 영국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이러한 역사적인 연관으로 인해 차 음료가 파키스탄 인도 지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차를 마시는 관행이 일반적인 모습으로 되면서 모임, 대화, 가족 시간 및 소셜 모임과 같은 관련된 문화적인 관습의 일부로 자리 잡으며 밀크티는 이러한 문화에서 파생된 음료 중 하나라고도할 수 있겠다. 파키스탄에서도 밀크티의 다양한 맛을 추구하며 거리에서 파는 걸 볼 수 있는데, 나도 아직은 거리에서 사 마셔 본 적은 없다. 특히 홍차(블랙 티) 생산에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갖고 있는 파키스탄 이기에,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차는 품질이 뛰어나 밀크티 제조에 이상적이라고 한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내가 시댁에서 차를 만들어주면 손을 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직접 갓 짜온 우유가 신선하다고는 하지만 그 우유의 향이 나에게는 정말 익숙지 않았다. 한국에서 항상 팩에 들은 우유만 마셔오던 한국인 34년 차이기에 농장에서 갖고 왔다던 우유의 향은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게다가 시골에서는 그런 우유를 마신다면, 파키스탄 도시에서는 팩우유를 마트에서도 팔기에 많은 사람들이 팩우유를 이용하는 것 같다. 파키스탄에도 우유 브랜드가 많이 있는데, 우유맛이 다 제각각이다. 하긴 우리나라도 우유 브랜드는 많지만, 나에게는 항상 서울우유가 원탑이었다. 여기서 내가 찾은 우유 브랜드는 올퍼스[Olper's]라는 브랜드 우유이다. 크림함량이 높고, 특유의 우유향이 나지 않아서 우리 막내가 시리얼에 자주 먹기도 한다. 나도 잠 안 올 때 우유 한잔 하기 딱 좋아서 항상 구비해 놓고 있다. 요즘 들어 아침에 한잔 오후에 한잔 마시고 있는데, 당도조절을 잘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침에 남편과 함께 마시려고 만든 밀크티 두 잔

한국에서는 커피 한잔의 여유였지만, 이제 이곳에서는 밀크티 한잔 마시며 하루의 준비를 시작하기도 하고, 하루의 일과를 마치기도 한다. 이 나라에 점점 익숙해지는 내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디서든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안도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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