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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an 18. 2023

센서티브들, 그들은 누구인가.

-측근들의 사례로 본 센서티브들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의 의견

<일자 샌드의 센서티브를 읽고>     


  1. 그들은 몸도 약하고, 맘도 약하다.

  그들은 늘 아프다. 놀랄 정도로 다양한 강도로, 깜짝 놀랄 정도로 다양한 부위가 아프다. 아니 세상에 몸의 저런 부분이 아플 수도 있구나 하고 인체의 신비에 놀랄 정도다. 이를테면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는 날도 있으며 동시에 발가락에 뭐가 났다든지 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다. 나의 의견으로는 그들이 태생적으로 몸이 약한 것 아닌 것 같다. 과민한 그들이 같은 아픔을 더 아프게 느끼는 건 아닐까 싶다.

  그들은 대부분 위와 장이 약하다. 그런 그들에 대해 배우자나 연인은 처음에는 애정어린 염려를 보낸다. 그러나 그들의 아픔은 대단히 지속적이긴 하나 생사를 좌우하지는 않을 정도라 자애롭지 못한 일반적인 배우자, 연인의 경우 애정의 곡선이 그러하듯 슬며시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면 센서티브들은 배우자, 연인의 변화된 태도에 한없이 슬퍼한다. 그들의 단골 대사는 이렇다. “아픈 거 가지고 뭐라 하냐….” 그러나 센서티브들이여. 당신이 아침에 집에 하나뿐인 화장실에서 30분을 장트러블과 싸우는 동안 배우자는 화장실 앞에서 쉬를 참으며 아이들과 등원 또는 등교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기억하라.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자기 몸에 대해 예민하며 무언가를 먹자 마자 곧 체할 것을 예감하거나, 곧 어딘가 아플 예정임을 알고 미리 손을 쓰기도 한다. 또 병원도 아주 자주 가 건강에 대해 체크 받을 기회가 많아 실제로는 굉장히 건강하다. 

  몸이 약한 만큼 맘도 약한 그들은 한없이 여린 마음으로 세상을 산다. 유리같은 그들은 타인의 애처로움이나 측은함을 자아내는데 그것이 애정의 도화선이 되는 경우도 있다.    

 

2. 그들은 다채로운 감각-촉각, 미각, 청각-에 예민하다.

  그들의 예민함은 지진이나 화산을 감지하는 동물과도 같다. 그들은 다른 가족들은 전혀 못 듣는 윗층의 발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기도 한다. 단골 대사는 이렇다. “지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 “어디서 타는 냄새 나지 않아?”

  미각의 경우에도 알 수 없는 자신의 확고한 기준이 있어 촉각과 연계돼 맘에 안 드는 식감이나, 맛 없게 생긴 색감, 짜고 달고의 기준도 분명하다. 비위도 약하므로 향 강한 음식이나 외국의 특이한 음식에는 쥐약이다. 하지만 쥐가 쥐약을 먹듯 조금씩 먹이다 보면 그들을 길들일 수는 있다. 대체적으로 맘이 약한 그들이라 말은 잘 듣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미각이 예민할 뿐 먹성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고 좋아하는 음식은 잘 먹는 편이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말랐지만 자기의 음식에 대한 확고한 취향과 철학이 생긴 후로는 대체적으로 살이 오른다. 

  맘 약한 그들이 ‘아니 맛있어….’라고 하지만 역력하게 맛없어 보이는 표정을 보이면 같이 먹던 배우자나 연인은 식욕이 훅 떨어진다. 그러나 그들이 택한 배우자나 연인이 무던한 사람이라면 나중에는 센서티브들이 맛없어 하는 표정을 하면 오키!하고 센서티브들의 밥까지 먹어 치우는 지경에 이른다. 

  그들은 추위와 더위에도 약하다. 어떤 센서티브들은 추위, 더위에 다 약한데 그걸 지켜보는 연인이나 배우자는 그중에 하나만 했으면 싶다. 여름에는 더위에 지친 시베리안허스키 같고 겨울에는 추위에 떠는 똥강아지처럼 오들오들 떤다. 더위를 많이 타지만 에어컨 바람은 싫고 자연바람이 좋다는 센서티브도 봤다.      


3. 그들은 의외로 친구가 많고, 좋은 연인이나 배우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센서티브들은 착하다. 그들은 자신에게 예민한 만큼 타인에게도 예민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만은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섬세하게 돌봐준다. 말도 잘 듣는 편이고 눈앞에 지저분한 게 있으면 심란해서 집안일도 곧잘 한다. 청결에 대한 기준도 높아 적당한 청소 도구, 정리 도구들을 갖추어 주면 물 만난 어린이마냥 잘 치운다. 예컨대 본인의 키에 맞고, 맘에 드는 그립감의 돌돌이를 쥐어 주면 하루 종일 돌돌거리며 먼지를 없앤다. 그러나 금방 지치므로 그들이 침울한 표정이 되기 전에 중간중간 응원해 주고 그들이 좋아하는 콜라, 초콜릿무스 등을 줘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배우자나 연인이 그들을 시켜먹는 거 같은데 그게 맞다. 대신 무던한 배우자나 연인은 그들에게 편안함이나 안정감을 준다. 그게 뭐냐. 집안일은 어차피 센서티브들이 다 한다라고 항변한다면 센서티브들에게 조용히 묻고 싶다. 편안함이나 안정감을 갖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던 지난한 세월들을.

  그들은 의외로 친구가 많다. 잘 자란 센서티브들의 경우 자기 자신에 대한 긴 연구가 있었으므로 인간에 대한 이해나 아량이 있다. 그들은 세심하지만 소심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섬세하고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좋은 고민상담자가 되기도 한다.     


4. 일을 잘하는 센서티브가 많다.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자신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자신이 누군가에 폐를 끼치는 것도 불편해  한다. 또 눈치도 나쁜 편이 아니다. 예민한 사람 중에 머리 나쁜 사람도 흔지 않다. 그래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편이며, 직장 내 평판도 좋다.     


5. 다양한 센서티브가 있다.

  모든 센서티브들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소심이마냥 전형적이지 않다. 그들이 타고나길 센서티브하게 태어난 건 많다. 그러나 양육환경, 형제관계 등 환경의 다양한 변수가 있고, 일단 내 의견으로는 센서티브 자체도 다양한 유형이 있는 것 같다. 누가 봐도 밝은 쾌남, 쾌녀 센서티브도 있고, 액티브한 센서티브도 있다.   

   

6. 그들의 부모, 부모인 그들

  센서티브들의 부모 중 하나가 센서티브일 가능성은 크다. 자고로 까칠이는 까칠이를, 깔끔이는 깔끔이를, 덤벙이는 덤벙이를 낳는 법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센서티브인데 센서티브를 낳은 부모의 마음은 애가 탄다. 

  센서티브들은 특유의 기질 때문에 자라면서 부모나 어른들에게 예민하다, 까칠하다, 유난스럽다라는 말을 듣고 살았고 그것은 그들의 마음속에 큰 얼룩이 된다. 

  이제 부모가 된 센서티브들에게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는 예쁜 색깔의 귀여운 놀이기구가 있는 곳이 아니다. 그들의 눈에 놀이터는 김병만쯤은 되어야 갈 수 있는 정글의 한복판이다. 아이가 아프면 그들은 당연히 밤을 새우고, 그렇지 않은 상대 배우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냉정히 말하면 그런 그들의 태도는 아이에 대한 사랑의 깊이라고 보다는 태도의 문제이다. 센서티브들이여, 밤을 새우지 않는 배우자가 자신들보다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또한 청각에 예민한 그들은 아이의 울음도 그냥 울음 소리 정도로 들리지 않고 자신의 심신을 위협할 정도로 크고 힘겹게 들린다. 그들은 애타는 마음을 안고 힘겨운 육아를 한다.      


7. 걱정은 센서티브들의 절친

   그들은 걱정이 너어어무나 많다. 걱정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인가 싶다. 더불어 걱정에서 오는 잔소리와 강박은 세트메뉴의 감튀와 콜라이다. 그들의 잔소리…. 말줄임표로 대신하고 싶은 그들의 잔소리. 집 문단속 강박, 자동차 문단속 강박. 그들과 사는 배우자와 연인은 자동차 키의 삑삑 소리를 배경음으로 알고 살아야 한다. 걱정이 너무 많은 그들은 늘 걱정의 바다에 산다. 그 바다에 같이 빠지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 걱정은 그러나 연애 초반 너무나 진실한 보살핌과 배려로 여겨지고, 일면 그런 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질려버려 제에발, 제에발을 외치게 되는데, 그 순간 그들은 순진한 얼굴을 들어 말한다. “다 자기 걱정돼서 그러는 건데….”

  코로나는 그들에게 내 가족을 위협하러 집 앞까지 다가온 호랑이고, 집 밖을 나서는 순간 그 입에 먹혀버릴 느낌이다. 

  그들의 걱정을 덜어줄 생각일랑 말아야 한다. 그들은 호모 걱정스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사랑한다면, 그들과 계속 연인이나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저 무던한 태도로 옆에서 있어 주면 된다.      


  아아, 애증의 센서티브여!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과도한 일반화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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