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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Mar 13. 2023

콩나물의 모양은?

삼둥이와 채소

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다른 집 아이들은 채소 잘 먹어요? 어떤 집 천재 아가가 15개월(!)에, 밥을 혼자(!!), 깔끔히(!!!), 골고루(!!!!) 먹는 영상을 본적이 있다. 그렇다 평범 삼둥이는 8살에도(흑), 가끔은 떠먹여주며(흑흑), 너저분하게(흑흑흑), 채소는 거부하고(흑흑흑흑) 먹는다.      


  채소를 싫어하는 건 어린이들의 기본 태도인가. 셋 중 막내만 채소 거부감이 가장 없이 이것저것 먹는다. 우리 엄마의 말로는 걔는 내 입에 들어가는 것도 뺏어먹을 아이라나…. 항상 체구가 작고 체중이 가장 적었던 막내는 작년 하반기부터 정말 말도 안되는 식욕 폭증으로 소아비만에 바짝 다가섰다.     


  우리 아이들이 채소를 안 먹는 이유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1. 채소를 싫어하는 건 어린이들의 기본적인 특징이다.-어줍짢은 변명!

2. 부모가 채소가 들어간 요리를 해주지 않는다.- 채소가 들어간 요리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요리를 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기본 먹성이 좋아서 잘 먹어서 땡큐.

3. 엄마가 채소를 권하지 않는다.- 언젠간 먹겠지 하고 딱히 권하지 않는다. 다른 음식을 안 먹는 애들은 아니고, 밥, 생선, 고기 등은 푸지게 먹으므로, 채소는 과일 먹으니까 됐지 하고 권하지 않았다.     


  하여간 전반적인 이유는 부모가 게을러서라고 보면 된다. 채소를 잘 먹는 유일한 경우는 카레를 먹을 때가 유일하다. 아, 나물이 맛있기로 유명한 한식집에서는 채소를 허겁지겁 먹은 경우도 봤으니, 언젠가는 먹지 않을까. 절대 그 집처럼 맛있게 만들어줘 보겠다는 결론으로는 가지 않는다.     


  그래도 요즘에는 학교도 갈 거니까, 한 번씩 채소를 권해 보기는 한다. 좀 거부감이 없을 거 같은 애호박볶음이나 콩나물무침 정도를 권해 보는 정도이다.


  콩나물무침(물론 시어머니가 만드신!)이 그들 앞에 놓여 있다. 내가 만든 것도 아니지만 일단 그들에게 권해 본다. 내가 생각한 대화의 흐름은 이렇다.  

엄마 : 콩나물이 어떻게 생겼나요?

삼둥이 : 길쭉해요!

엄마 : 맞아요. 길쭉길쭉하지요! 콩나물을 먹으면 이렇게 키가 길쭉길쭉 크게 됩니다. 어서 한 입씩 먹어 봅시다!     


  실제 대화는 이렇게 진행된다.

엄마 : 콩나물이 어떻게 생겼나요?

막내 : 아빠 아기씨 같이 생겼어요!

엄마 : 맞아요! 아? 아아? 그렇군요……. 그렇게 생겼군요…….     


  그렇게 나는 채소를 먹이기는커녕 권해 보는 데도 실패하는 것이다. 아빠 아기씨로 가득한 콩나물 접시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모든 국의 채소 건더기를 걷어내며, 계란찜의 파를 걷어내며, 삼둥이는 오늘도 채소, 싫거든요! 진행 중이다.     

  아, 최근 이 얘기를 들은 친한 동생이 말한다. 비가 오는 날 자기 아들이 비를 보며 말했단다. 엄마, 하늘에서 정자가 내려요. 아아, 아아, 어린이들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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