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May 16. 2023

그러니까 걔가 누군데?

삼둥이의 키와 체구

  우리 집 삼둥이들은 키가 작다. 일단 그들은 첫째 1.1킬로, 둘째 970그램, 막내 1.1킬로로 태어나 시작부터 딴 아이들 보다 작았다. 그러나 초딩이 된 지금 출생 시 체중과 키에 핑계를 대기는 좀 그렇다. 재작년 영유아 검진에서 내가 의사쌤께 “아무래도 이른둥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키가 작네요” 했더니 “허허, 그냥 부모님이 작아서 그런 거죠”라는 솔직하고 잔혹한 답변을 받았다. 그렇다. 삼둥이 부모는 키가 작다.


  그리고 출생 시 체중이 제일 적었던 둘째가 셋 중에 나름 장신인 걸 보면 정말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키울수록 아이들의 많은 부분은 유전에서 옴을 절감하고 있다. 신장에서도 그렇지만 체구도 그런데, 나의 경우 키는 작고 오동통한 아주 매력적인 스타일이다(오호호). 근데 또 뼈대는 그렇게 굵지 않은데 삼둥이 역시 통통하지만 뼈대가 굵지 않다.


  삼둥이에게는 친가에 사촌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그들보다 한 살이 어리다. 삼둥이의 사촌은 삼둥이 보다 키가 많이 크고, 체중도 5킬로는 더 나간다. 5킬로는 성인으로 치면 10킬로 차이일 수도 있다. 우리 막내와 그 아이가 장난으로 배를 부딪혔는데 막내가 멀리 날아가버린 일도 있었다.


  그러니까 그 애는 그 애의 속도가 있고 삼둥이에게는 삼둥이의 속도가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정도다. 지금 당장 삼둥이보다 큰 아이들이 부럽거나 조바심이 나지는 않는다. 일단 아직 키의 게임이 끝날 나이도 아니지 않은가. 사실은 셋 다 손발도 정말 작고, 체구에서 풍기는 똥땅한 기운이 있어 한 수 접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흑흑. 


  그리고 말이다. 또 작으면 어떤가. 정말 핏덩이라는 말이 맞게 태어난 아이들이 이렇게 내 눈 앞에서 쌩쌩 킥보도를 타고,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데 말이다. 삼둥이들은 이벤트 없이 건강하게 자란 것만으로도 사실은 자기 몫의 효도는 끝냈다고 본다. 


  막내가 묻는다. 

  “엄마, 엄마는 어른 중에 키가 작은 거야?”

  내가 답한다.

  “그르치, 그르치. 작고 귀여운 스타일이지.” 

  푸핫!


  저번 주말 삼둥이가 사랑하는 이모할머니(시어머니의 여동생)가 오셨다. 이모할머니는 우리 막내와 사촌 여동생을 보더니, 아무리 봐도 우리 막내가 너무 작아 보이셨나 보다.


  “막내야, 쟤가 너보다 동생인데 군기 좀 잡아!”

  내가 답한다.

  “막내가 군기를 잡을 수 있을까요? 저번에 둘이 배치기 했는데 막내가 날아갔는디요!”

  막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엄마, 이모할머니!! 나 군기 잡을 수 있어!”

  “오오, 정말 군기 잡을 수 있어?”

  “그럼, 그럼! 엄마, 근데 군기가 누구야?”


  그러게 말이다. 걔가 누굴까, 대체. 8살이 7살 군기 잡아 뭐 하냐. 엄마는 지금까지 걔 잡은 적도 없고, 잡힐 때도 싫었어. 그냥 우리 걔 잡지 말고, 지금처럼 사촌동생이랑 옷에 풀물 들이면서 소꿉놀이하고, 마당에 있는 강아지랑 놀고, 같이 도라에몽 보자. 머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여름의 시작이다. 


작가의 이전글 애착인형 선택에 관한 하찮은 조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