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by 제이

때로 남의 갈증 풀어 주는 그 뽀얀 백자가 되고 싶기도 했어

가끔 그 푸른 청자가 부러워 물기가 고이기도 했어

손끝 마디마디 들어간 정성이 부러워

온 몸 도도히 흐르는 태생적 귀티가 탐이 나

나도 한 번 자랑처럼 귀한 곳에 놓여 봤으면


그러나 나는

투덕투덕 웃통 벗은 사내들이 만들어내는

적갈색 질그릇

장난인지 심통인지 모르게 비뚤어진 귀

꼬챙이 끝에서 펼쳐지는 조악한 난을 문신처럼 새기고

툽툽한 허리로 한자리 차지하면

그래, 청자 백자 따위가 생활을 알랴


물동이 지는 처녀 젖가슴 눈 아래로 떠 흘끗 쳐다보고,

아이 돌팔매에 후드득 가슴 졸이며,

고만고만한 것들이 모여 항아리 세상 만드는데,

저기 마른 행주 들어 닦는 이 있어


그래, 닦인다, 닦인다, 닦는다

생애에 걸쳐 닦는다


뱃속 가득 저마다의 사연 품고

닦는다, 닦는다

불에서 태어난 우리는 하얀 눈에 겁이 났더라

가슴에 품은 소망 젖을까 비가 끔찍했어라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누군가 밭을 갈 때부터 존재한 우리가 아닌가

꿈벅꿈벅 굴욕까지 껴안은 우리가 아닌가


그리고 어느 눈 맑은 햇살 비추는 날

생애 내내 닦은 저마다의 빛 뿜어내며

일제히 하얀 이 드러내며 웃으리

햇살 보다 더 밝게 웃으리

아픔을 이겨낸 숙성된 웃음

고통까지 녹여낸 진한 웃음


햇살 아래 눈부신 항아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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