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에 대하여 #3

김광진. 편지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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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의 배경을 보면 곡을 더 잘 음미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원곡자 김광진은, 이 곡의 배경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현재 아내로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김광진과 또 다른 남자, 두 사람 중 한 명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고, 결국 김광진을 택한 아내에게 남자가 보내온 편지 한 통이 시작이었다.

그 당시 김광진의 아내가 받았던 편지의 내용을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 편지를 보며 써 내려간 이 곡의 가사를 통해 우리는 유추할 수 있다.

그 편지에는, 내가 아닌 다른 남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에게 보내는 온갖 형태의 감정들이 복잡하게 섞여있었을 거라고.

행복만을 바라겠다고 말하고, 억지노력으로 그대를 붙잡지 않겠다고 하는 말속에는,

원망과, 억울함과, 서운함과, 애통함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관계 앞에 느껴지는 무기력함이 숨어있는 듯하다.

|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가사로는 행복을 빌어주며 날 잊고 살라며 축복하지만, 멜로디와 화음으로는 마치 잊지 말아 달라며 간청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것도 전혀 찌질한 구석 없이 순수한 마음만을 담았다.

가창 또한 그렇다.

1절은 편지를 쓰기 전 메모장에 미리 적으며 담담한 척 연습을 하고, 2절은 본격적으로 편지를 써 내려가듯 감정을 직접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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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감정에는 이런 매력이 있다.

우리는 하나의 감정만을 느끼는 경우가 절대 없듯이,

가사도 다르지 않다. 가사에도 필연적으로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인다. 다만 그 형태가 가사마다 각각 다르게 쓰일 뿐이다.

그중 좋은 가사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듯하면서

그 속에 진짜 감정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형태를 띤다.

더해서, 그 직접적으로 드러난 감정과,

뒤에 숨어있는 감정, 어느 한쪽도 거짓된 감정이라 느껴지지 않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쓰인 좋은 가사는

가사 하나만으로 빛날 수 없다.

뒷받침되는 좋은 반주와 선율,

그리고 그 감정을 한데 모아 청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가창까지 전부 어우러지는 순간 우리는 작곡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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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음악에는 더욱 중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따뜻한 음악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 내가 원하는 감정을 그 곡의 화자가 대신 내어주기 때문이니까, 혹은 용기가 없어 가질 생각조차 못했던 감정들을 대신 가져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맥락에서 따뜻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겐,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감정의 깊이가 필요하다.

내 경우에는 ‘사랑’을 통해 얻어지는 감정들에 깊이를 가졌다고 느낀다.

사람들은 그런 나에게 사랑에 너무 진심인 것 같다고,

그러다가 상처받는 사람은 결국 너라고 말한다.

모두 고마운 충고이지만,

따뜻한 음악을 사람들에게 전하려면

때로는 내가 더 추워져야 할 때도 있기에

모든 사랑을 감사함으로 시작하고 끝낸다.

사랑을 시작한다는 건 그만큼 많은 감정을 동반하는 일이고, 삶을 함께한다는 건 그보다 수백 배 많은 감정을 평생 나눈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과정을 두 세 문단의 가사에 담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가사는, 감정의 호흡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