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에 대하여 #2

허회경. 김철수 씨 이야기

by 서화



.

.

오늘처럼 기분 좋게 시원한 날에,

싱어송라이터 허회경의 ‘김철수 씨 이야기’ 를 듣다 보니, 가사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이 곡의 가사는,

노래를 위해 쓰여졌다기보다는,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사실 너도 똑같더라고

내 사랑은 늘 재앙이 되고

재앙은 항상 사랑이 돼

널 사랑할 용기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

겁쟁이는 작은 행복마저

두려운 법이라고

우두커니 서서 세상을 가만히 내려다보면

비극은 언제나 입꼬리를 올릴 때 찾아온단다.

아아아아

슬퍼라

아아아아

.

문맥의 형태나, 운율감을 주는 단어의 글자 수까지

철저하게 짜여진 듯 하지만, 결국 화자가 하려는 이야기는 전혀 계산적이지 않은 무심한 형태로 전달되어지는 가사다.

감정을 전혀 숨기거나 돌려 말하지 않고, 이상적 사랑과 그렇지 못한 우리의 모습 사이의 간극을 투명하게 말하고 있다.

.

‘시’는 형식 면에서 더 자유롭다.

반면에 ‘가사’는 가창자의 발음과 선율의 박자를 고려하며 단어를 깎아내고 또 깎아내야 하는 일종의 조각 작업을 거쳐 완성되는 글이다.

그런데, 이 곡을 보면

시처럼 쓰여진 글에 음만 붙였을 뿐인데

하나의 시 같은 노래가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와 ‘가사’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가사’와 ‘시’는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일은,

문장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단어가 얼마나 진솔한지

문단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이 얼마나 선명한지가 결정짓게 된다.

가사는 직설적인 표현이 갖는 효과와 철학적인 표현이 갖는 효과가 잘 어우러져 작품성을 만들어낸다고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표현’을 중요시하는 시를 쓰듯이 적어낸 가사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어찌 보면 음악은,

잘 쓰여진 시에 음만 잘 가져다 붙이면 되는 일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이,

오히려 마음 깊숙한 곳을 뭉클하게 만드는 일에 특화된 음악이 되는 게 아닐까.

이전 02화가사에 대하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