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린.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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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없는 가을은 쓸쓸하지 않나요? 슬프지 않나요? 너무 바삐 이별하느라 하지 못한 말이 있어요. 사랑해요” 가수 이소라가 [프러포즈]라는 라이브쇼를 진행하던 시절 낭독한 직접 쓴 엽서의 일부 내용이다.
이십여 년이 지나 그 장면을 본 다린은 저 엽서에 대한 답장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적었고, 그 글이 가사가 되어 탄생한 노래가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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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이소라의 엽서에서는, 이미 끝이 난 사랑에 무언가 한 방울을 더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미 내가 없는 가을을 겪는 이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를 웃게 만들었던 사랑의 말이 어느샌가 그 사람을 무너지게 만드는 말이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다린의 글에는, 무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이별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가 보인다.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고백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을 테니 이대로 계속 흘러가자고 말한다. “사랑해요” 라는 말을 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건지, 슬픔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차마 문장을 끝맺지 못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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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앞에서는 슬픔이 빠질 리 만무하다.
사랑 중에 꽃이 핀 곳이 있는 것처럼,
사랑 후에 쓸쓸히 남겨지는 곳도 있다.
사랑 중에 꽃을 숨기지 않은 것처럼,
사랑 후에 슬픔도 숨길 필요가 없다.
“그대 나 없는 가을을 미워하지 말아요” 라는 가사는,
나 없이 가을을 맞이할 상대를 위한 가장 큰 배려가 담긴 말인 것 같았다. 누구보다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사람을 위해, 그리움을 그리움으로 남겨두는 법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다린이 그려낸 이별은 어쩌면,
가장 슬픈 순간에 가장 깊은 배려를 담은,
모순적인 이별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