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에 대하여 #6

최유리. 툭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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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 앞에 서면,

우리는 참 우스꽝스러워지지 않나.

말을 잘하던 사람이 단어를 종종 까먹고,

어딜가든 웃음을 유발하던 사람이 심히 재미없어지고,

표정이 많던 사람이 무표정이 되곤 한다.


내 경우에는, 눈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특히나 눈웃음이 예쁜 사람을 좋아하는 나였기에, 내 말 한마디에 상대가 한번 웃기라도 하면 그다음에 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물컵이 비면 물을 따라주는데, 손이 떨리는 게 보일까 봐 조마조마했던 기억도 있다. 심지어는 콩닥대는 소리가 혹여나 상대에게 들릴까 봐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속으로는 심호흡을 했던 적도 있다.


그렇게 정신없는 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속으로, “나 오늘 완전 얼간이 같았네” 라고 생각하곤 했다.


최유리의 ‘툭’이라는 노래의 가사 속에 드러난 감정이 이와 유사하다.


왜 또 그래
난 사랑에 겁이 나서
하려던 말을 삼킨 거야

나는 핑계를 하나 또 내뱉곤 해
다 알면서도


가장 후회 없을 것 같은 사람과 시작한 사랑일지라도,

우리는 후회되는 말들을 너무나도 많이 남긴다.

좋아하는 감정 때문에 그랬다고 핑계를 대봐도,

결국 불완전한 모습만이 상대에게 기억된다.


하지만, 최유리의 가사는 이를 이미 알고 있는 듯이,

멋진 사랑을 받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나는 네 눈만 보면 모두 알아
멋진 마음이 아니란 것도 다
이제는 나만이 날 사랑할 수 있겠구나


가사의 화자는, 남을 사랑할 때 완전함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주어지는 사랑에도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무언가를 서투르게 표현해도, “멋진 마음 아닌 거 다 알아” 라며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나만이 날 사랑할 수 있다는 가사에는 그다지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이야기는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더 깊은 주제로 다뤄보고 싶다.)


이 음악을 듣던 때의 나도,

얼간이 같은 사랑을 하고 수없이 후회했다.

더 멋진 마음을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 후로 약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이 곡을 듣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 사랑을 바라보는 마음이 충분히 성숙해진 후에는, 이 노래를 동경하게 되었다. 세상의 여러가지 감정들을 더 겪어나가다 보니, 이 노래가 서서히 마음에 다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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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을 망치는 건 결국 좋아하는 마음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는 조급해지고 그 사람이 선호하는 모습대로 가면을 쓴다. 그렇게 형성된 사랑은, 얼마 못 가 숨겨진 진짜 모습을 발견하곤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만다.


좋아할수록 가면을 벗어내야 한다.

좋아할수록 솔직해져야 한다.


어차피 완벽한 사랑을 줄 수 없다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이는 게 더 지혜롭지 않을까.

어차피 완벽한 사랑을 받을 수도 없다면,

그 사람의 부족한 사랑도 귀하게 여기는 게 더 성숙하지 않을까.


좋아하는 마음을 망치는 건 결국 좋아하는 마음이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더욱 진솔하게 만들 수 있는 것 또한 좋아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