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에 대하여 #7

루시드폴. 오 사랑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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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작 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는

[김영하] 라는 작가의 유명한 일화 중,

한예종 극작과 학생들에게 ‘짜증’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작품을 한 편 써오라는 과제를 내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처음에는, 짜증 난다는 표현이 부정적인 표현이니까

감정을 제한해서 글을 써보라는 의도일까 ?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김영하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짜증’이라는 단어 하나로 인해 감정이 뭉뚱그려져 표현되는 일이 너무 많아서 라는 이유에서 낸 과제였다.

예를 들어,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부모님에게 크게 혼이 났다.” 라는 문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표현하면,

흔히들 ‘짜증난다’ 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짜증’이라는 감정 속에 ‘서운함’ , ‘서러움’ , ’억울함‘ , ’분함’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감정들이 섞여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채, 짜증 난다는 하나의 표현으로만 뭉뚱그려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영하 작가는 이 과제를 학생들에게 내주면서, “글을 쓰는 사람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한다.” 라는 말을 꼭 덧붙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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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감정을 나열하고, 그 위에 음표를 붙이는 것뿐이지 작가와, 작곡가는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나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감정에 더더욱 민감한 예술을 만드는 사람들이기에, 단어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다루고 적어야 한다.

’행복하다‘ 라는 단어 하나로 표현될 감정을

’설렌다‘ , ’두근거린다‘ , ’긴장된다‘ , ’흐뭇하다‘ , ‘편안하다’ 와 같은 세부적이고 섬세한 단어들로 풀어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날개가 없어도 나는 하늘을 날으네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돛대가 없어도 나는 바다를 가르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루시드폴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곡 전체적으로, 사랑이 이뤄내는 소박한 행복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단 한 문장도 한 두 가지 단어로 뭉뚱그려 표현한 부분이 없다.


사랑에 흠뻑 빠져서는 어떠한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하는 화자의 마음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작곡자가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단어를 배열해 놨는데 어찌 화자의 벅차오름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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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 들어서는 더더욱,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파악해 낼 여유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명상을 하기도 쉽지 않고, 명상을 하더라도 현재 자신의 감정에 다다라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비로소 자신의 감정에 대입하며 마음의 울림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은 다른 이의 감정을 가사로 담는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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