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수업 뭐 들어 너는?”
달력보다 먼저 보았던 메시지였다. 그렇다. 9월 1일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분명 방 금까지만 해도 나는 지난주 다녀왔던 바닷가 사진을 앨범에 꽂아 넣고 있었는데, 어느덧 개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나에게 있어 9월은 매년 이랬다. 정신없이 여름을 만끽하다, "이제 그만 됐어. 정신 차려"라며 누군가가 찬물을 끼얹는 듯한 시기였다.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어쩌면 9월은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쓸 데 없는 생각을 하 다가, 문득 9월은 가을의 시작, 9월은 가을의 시작, 9월은 가을의 시작... 그래. 9월을 한 번 좋아해보자" 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나도 가을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9월은 내가 좋 아하는 가을을 데려오는 시기라는데, 한번 즈음 좋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9월은 사실 여름의 낯빛이 조금 더 강하다. 입추가 지나도 사람들의 피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은연중에 가을을 기대하기 시작한다. 긴팔 옷을 쇼핑하는 것에 서 그 기대가 드러나곤 한다. 백화점에는 가을 옷들이 입구 쪽으로 나오고, 여름 옷들은 점점 구석으로 내몰리기 시작한다. 마치 "가을이 이겼다!"라고 유치한 선포라도 한 듯이 여름 옷 코너는 가을 옷 뒤로 숨는다.
9월에는 앨범도 여전히 여름의 습기로 가득히 차있다. 바다 소금기에 뿌옇게 변한 렌즈로 꾸역꾸역 담아낸 사진들을 하나 둘 앨범에 끼워놓고 나면, "이번 여름도 찬란했다!" 라며 그제야 여름을 떠나보낼 준비를 끝내는 기분이다. 8월까지는 여름 한가운데에서 허 우적대지만, 9월부터는 여름을 등 뒤로 놓고 즐길 수 있다.
9월은 마치, 여름에게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하고, 바통을 넘겨받아 가을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어쩌면, 9월 없이 바로 한가을의 날씨로 훅 넘어가 버리는 게 더 섭섭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9월을 좋아하게 됐다. 정확히는, 미워하지 않게 됐다.
여름은 행복했고, 가을은 기대되니, 그 사이에 끼어있는 9월이 참 고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