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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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한다.

그러나 커피의 여러 가지 맛과 원두를 구별할 줄 안다. 카페인은 몸에 안 받아도 카페는 몸에 잘 받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이 카페 가는 것이 취미라니, 참 웃긴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이 글도 카페에서 느긋하게 적고 있다.


특정한 공간의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감정은 나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다가도, 그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는데, 이를테면 카페에 첫 발을 들일 때가 그렇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서울 한복판에서도 카페에만 들어서면 모두가 약속한 듯이 심박수를 낮춘 채 앉아있다. 커피가 맛있어서 온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쩌면 나처럼 카페라는 공간에 서려있는 여유로움을 마시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아닐까.


창가에 벌이 들어왔는데도 신경 쓰는 사람 하나 없이 다들 책에만 집중하고 있는 합정동의 한 카페를 들른 적이 있다. 마치 이곳만 공기가 다른 것처럼,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느꼈던 안정감은 글로 표현할 수 없다.


누군가는 사람을 만나러 오고, 누군가는 일을 하러 오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그저 잠시 더위를 피하기 위해 들어오기도 한다. 때로는 작은 볼륨으로 오고 가는 대화들 속에서 세상의 소리들을 얼핏 듣기도 한다.


“커피값이 5천 원?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라는 핀잔들이 들리기도 하지만, 카페는 대체할 수 없는 공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나는, 카페인에 매번 패배해 속이 안 좋아진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5천 원을 내고서 메스꺼움과 여유를 사러 간다. 그리고 지금 도 이곳에는 그 5천 원짜리 여유를 사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