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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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늘 꼽던 에어팟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잊고 있던 서랍 속에서 발견했던 줄 이어폰을 꺼내보았다.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기보다는, 그저 원래 사용하던 에어팟이 배터리가 나가있던 터라, 아쉬운 대로 줄 이어폰을 끼고 작업실을 나왔다.


항상 작업실을 나올 때면 습관적으로 듣는 음악을 어김없이 틀었다. 토이의 ‘해피엔드’. 매일 반복되는 순간이지만 오늘은 작은 일탈이 있었다. 사운드가 꽤 촘촘한 음악인데도, 귀에는 유희열의 목소리 외에 다른 소리들이 들어왔다. 카페 문이 열리며 종이 짤랑거리는 소리라던가, 골목을 지나는 오토바이 소리들 말이다. 고요함을 탈출했더니 수많은 소리들이 있었다.


시야가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들이 이상하게도 이 곡을 위한 피처링 소스들처럼 느껴졌고, 중간중간 뚫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큰 말소리들도 곡의 백그라운드 보컬처럼 느껴졌다. 세상의 소리에 한 뼘 더 가까워지다 보니, 음악은 그런 세상 위에 살포시 얹어지는 느낌만 줄 뿐, 세상을 덮지는 못했다. 되려 그쪽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 고요한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잠시나마 소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껏 내 퇴근길을 가득 채웠던 음악들이 되려 내 일상을 덮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도 한 번 더 둘러보게 되었고, 눈에 초점도 더 쉽게 잡혔다. 너무 작은 것들에 집중하느라 놓쳤거나, 혹은 소음이라 생각해 일부러 덮어두었던 것들이 사실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었음을 느꼈다.


우리는 ‘노이즈 캔슬’이라는 기능에 기대어 보다 더 선명한 낭만을 꿈꾸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음을 느껴왔다. 하지만 애초에 잡음을 차단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고요함에서 탈출해서 소음과 연결되어 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소음은 삶으로 바뀌고, 그 속에서 기쁨을 얻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