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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범죄를 추리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일명 '탐정'이라고 하는 사람들 이 나와 여러 사건들에 질문을 던지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엥? 저거 완전 나잖아?"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가끔 내 머릿속에는 셜록 홈즈가 사는 것 같다. 딱히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마음대로 질문들을 만들어내고, 별거 아닌 일에도 의심을 덧붙인다. 예를 들어, 평소에 답장을 세 시간씩 늦게 하던 친구가 갑자기 1분 만에 답장을 보내면, “수상해, 뭔가 숨기고 있어."라며 의심의 물꼬를 든다. 평범한 안무 메시지조차 분석하고, 물음표의 개수에서 감정의 농도를 추리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잘 자" 한 마디만 하고 사라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머릿속 탐정은 팔짱을 끼고 중얼거린다. “내가 뭘 잘못했나?", ”기분이 안 좋나?" 그렇게 나는 채팅 기록을 위아래로 백 번을 훑어보며, 아무 일도 없던 하루를 갑자기 스릴러 영화로 바꿔버린
다.
재밌는 건, 이 탐정이 꼭 타인만 조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험을 잘 본 것 같은 날에도 그는 어김없이 등장해서 조용히 속삭인다. "진짜 잘 본 거 맞아?" 덕분에 나는 매 번 시험을 끝내고도 정답지를 바로 확인하지 못하곤 한다. 새로운 맛의 과자가 나와도, 맛을 의심하며 끝끝내 원래 먹던 걸 고르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믿음보다 오래가는 게 의심일지도 모르겠다. 믿음은 생각보다 별거 아닌 일에 깨져버리곤 하지만, 의심은 한 번 등장하면 좀처럼 퇴장할 생각을 안 하니 말이다.
물론 모두가 안다. 의심이 꼭 진실을 찾아내 주는 건 아니라는 걸, 때로는 그저 내 불안이 만든 상상일 뿐이라는 것도, 그래서 가끔은 그 탐정에게 말해준다.
”오늘은 그냥 쉬어도 돼. 아무 일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