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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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할 때 목소리는 1.5배 더 귀여워진다.


사람이 무언가를 원할 때, 처음부터 “부탁이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고, 얼굴 표정이 바뀌고, 눈빛이 촉촉해지고, 입꼬리는 애매하게 올라간다. 그다음은 행동이다. 괜히 옆에 가만히 앉거나, 평소엔 안 하던 칭찬을 살짝 던져보고선 목소리에 기름칠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최후의 무기를 꺼낸다. "진짜 이거 하나만 부탁할게"


부탁은 늘 마지막에 꺼내는 카드다. 사실 말이 없어도 부탁하기 전의 분위기는 다 느낄 수 있다. 누가 갑자기 친절해진다거나, 평소에 없던 애교를 장착한다거나 마치 게임에서 체력이 다 닳고 마지막 필살기를 쓰는 느낌이랄까, 절박함과 간절함이 뒤섞인 표정과 함께 등장한다 부탁은 늘. 그 안에 머뭇거림, 망설임, 기대감이 다 들어있다.


부탁을 하기 전에는 항상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말은 하지 않지만 눈빛이 말을 걸고, 분위기를 떠보는 미세한 기류가 생긴다. "지금 말해도 되는걸까?", "이 사람이 들어줄 수 있는 컨디션인가?“ 같은 계산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돌아간다. 말 한마디 건네기까지 그렇게 몇 번의 심리전이 오간다.


특히 친구 사이에서 그렇다. 평소에는 "야, 해줘“ 하고 툭툭 던지는 친구가 갑자기 말끝을 흐리거나 괜히 눈치를 본다면, 그건 뭔가 꽤 큰 부탁을 준비 중이라는 신호다. 예를 들면 갑자기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돼?“ 부터 시작해서, ”나 대타 좀 부탁하면 안 될까?“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식이다.


그래서 부탁은 늘 명중률이 높다. 그 한마디 안에는 이미 열 번쯤 머뭇거리고 연습했을 마음이 담겨있을 테니까. 애교 없던 사람이 애교를 부리고, 무게감 없던 사람이 갑자기 진지해지면, 웬만해선 들어주자. 그 사람의 최종 필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