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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J’와 ‘P’. 우리는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나는 규칙을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성경 묵상 - 물 한 컵 - 휴대폰 확인 - 샤워, 이 순서를 하루도 어기지 않는다. 반면에 내 친구는, 자고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여행을 함께 간 적이 있다. 나는 여행 3주 전부터 ‘공항 도착 시간, 캐리어 목록, 식당 플랜, 주문할 메뉴, 취침 시간’ 등 마치 수학여행을 계획하는 조교 선생님처럼 스프레드시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반면에 친구는, 당일에 와서는 옷을 한 벌 안 가져왔다며 여행 시작부터 삐그덕 대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행 당일. 나는 오전 9시에 아침 식사, 11시에 관광지, 1시에 바닷가라는 철저한 일정표를 들고 다녔다. 그런데 친구가 “여기 골목길 분위기 너무 좋다. 조금 걷다 갈까?”라고 했을 때, 나는 1초 동안 고민에 잠기곤 “…그래! 조금 걷다가 가자!”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 순간 아주 작은 일탈을 한 기분이었다. 이후에는 어떤 계획을 따라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렇게 내 사진첩 즐겨 찾는 항목에는, 그 골목 사진들이 기록되어 있다. 내 계획 따라 갔던 수많은 관광지에서 찍었던 사진들은 기억도 나질 않지만, 그때 같이 걸었던 그 골목의 미세한 온도와 느긋한 풍경까지 전부 다 남아있다. 휴대폰에도, 내 머릿속에도.
규칙은 언제나 답을 주지만, 언제나 답으로 결론 날 수는 없다. 특히나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때로는 규칙에서 벗어나 보기도 하고, 규칙을 피해 다녀 보기도 하면서, 사람에게 집중하고, 그 순간에 집중하고, 분위기를 만끽하는 게 정답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