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by 서화



.

.

“보물은 먼바다에 있다”


사실이다. 실제로 바다 밑에는 온갖 금은보화가 담긴 상자들이 매몰되어 있다. 사람들은 그 보물을 찾으러 먼바다로 나아간다. 파도에 배를 띄우고, 지도를 손에 쥐고, 어딘가에 묻혀 있을 상자를 꿈꾸며 나아간다. 어린 시절의 나 역시 그랬다. 해적 영화 속 반짝이는 금화와 진주 목걸이는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언젠가 나도 깊은 바닷속에서 그런 보물을 발견할 거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 꿈을 계속 이어가기에는 내 삶이 너무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다 한복판은커녕, 해변가조차도 일 년에 한두 번 가기도 힘든 일상을 마주하니, 자연스레 바닷속 보물은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상상 속 존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나 희망적인 건, 보물이 꼭 바닷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다는 점이다. 어릴 땐 바닷속에 잠긴 상자를 상상했지만, 지금의 나는 주머니 속 동전 하나에도 보물을 발견한다. 지갑 속에 꼬깃꼬깃 접힌 영화 티켓,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시집, 비 오는 날 창문을 두드리는 향기들까지도 내겐 다 소중한 보물이다. 어릴 적 영화에서 보았던 해적들이 보물을 발견했을 때 보이는 리액션과, 내가 좋은 시집 하나를

발견했을 때 보이는 리액션이 아주 닮아있다는 점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멀리 나아갈 필요가 없다. '귀한 가치가 있는 것'이 보물이라면, 이미 오늘도 보물 수십 가지는 일상 속에 쌓아두며 살고 있는 셈이다. 나이가 드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 동심은 사라져도, 현실적으로 동심을 바라보며 얻어낼 수 있는 가치들이 생겨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