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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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구운 빵 냄새로 시작해, 관객의 배를 먼저 설득한다.


위 문장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영화에는 '냄새'가 없다. 화면에는 단지 바게트가 오븐에서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비칠 뿐인데, 극장은 이미 제빵소가 되어 버린 듯 여기저기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온다.


생각해 보면, 영화는 시각과 청각만을 건드리는 예술이지, 후각을 터치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끔씩 우리는 영화를 특유의 '냄새'로 기억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의 기억장치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코로 맡아지는 것에 활발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첫사랑을 떠올릴 때, 그 사람의 목소리보다도 향수 냄새가 먼저 스쳐가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액션 영화 속 폭발 장면에서 화약 냄새가 난다면 두 시간 내내 매캐한 연기를 맡아야 하니 썩 반갑지는 않고, 공포 영화에서 귀신이 등장할 때마다 곰팡이 냄

새가 퍼진다면, 관객들은 공포보다 건강 문제를 먼저 걱정하게 되긴 하겠지만, 그럼에도 상상해 본다. 로맨스 영화에서 주인공이 고백하는 장면에 은은한 꽃향

기가 실제로 맡아진다면, 관객은 화면 속 사랑에 더 쉽게 빠져들 것이다. 여행 다큐멘터리에서 바닷바람이 섞여 들어온다면, 굳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반쯤은 여행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영화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예술이지만, 아직 후각의 자리가 남아있다는 축복이 있다.


아마 머지않아 우리는 팝콘만 사는 게 아니라, '향기 패키지'를 추가 구매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관객은 티켓을 끊으며, "오늘은 바게트 향으로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라벤더 향으로 보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을지도 모른다. 웃기지만, 동시에 조금 기대되기도 한다.


영화에는 향이 없지만, 향을 기대하게 만들고, 기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