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by 서화

어른은 모르는 척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다.


사실 다 알면서도, 아는 티를 내지 않는 게 어른의 기술이자 생존 방식이 아닐까. 마치 단군신화처럼 “괜찮아?”라는 질문에 “응, 괜찮아”라고 100번을 답해야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괜찮다는 대답을 입에 달고서 산다. 그리고서는 진짜 마늘을 삼킨 듯, 표정에서는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드러내곤 한다.


어른은 애써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의 아픔을 굳이 들춰내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아도 굳이 파고들지 않는다.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그게 상대를 지키는 길이고, 때로는 나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니까.


김나영의 [어른이 된다는 건]이라는 곡에서도 나오듯, 어른은 결국 “괜찮은 척”을 하며 살아간다. 직장에서 버거운 하루를 보낸 뒤에도, 집에 들어오면 아무 일 없는 듯 웃어야 할 때가 있다. 마치 퇴근 후의 얼굴이 어른의 진짜 얼굴인 냥, 가면을 밤에만 벗어던진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모른 척은 어쩌면 용기일지도 모른다고. 감정을 끝까지 드러내는 건 솔직할 수는 있어도, 그 솔직함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른은 침묵을 택하고, 대신 마음을 조용히 삼킨다.


그렇다고 해서 어른들이 서로의 속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작은 한숨 하나, 눈빛의 흔들림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다 알아차린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기에 더 깊이 전해지는 신호들.


어른들은, 어린아이들이 할 수 없는 텔레파시를 주고받을 수 있다. ‘모른 척’이라는 언어를 사용해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드러내지 않고도 소통이 될 때 우리는 깨닫는다.

“아, 나도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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