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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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컵에 음료를 끝까지 따르면서도 절대 넘치지 않게 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


누가 봐도 별것 아닌 능력이지만, 이런 사소한 재능이야말로 일상에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갖지도 못할 능력을 바라고 있을 바에는, 이미 갖고 있는 사소한 재능들을 통해 일상을 더 재미있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예를 들어, 설거지를 남들보다 빠르고 깔끔하게 끝내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어릴 때부터 부모님 눈치를 보며 최대한 신속하게 치워야 했던 습관 덕분일지는 모르나, 덕분에 자취를 시작한 이후에도 싱크대에 그릇이 쌓이는 일이 거의 없다. 빠르게 설거지하고 소파에 누워버리는 재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또 하나는,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맞추는 재능' 같은 쓸모없어 보이는 재능도 있다. 사실 쓸모 없는 게 맞다. 그러나 동승자들이 가끔 "와, 타이밍 좋다!"라며 웃을 때면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진다. 내 일상에 소소한 웃음 하나를 주는데 어찌 재능이 아닐 수 있을까.


반복하면, 재능이 된다.

사전 어디에도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능력만을 재능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재능은 유전자보다 습관에 있으며,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생활 습관들조차 관점만 하나 바꾸면 재능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무심코 하고 있는 습관 중에도, 재능이라 부를 만한 게 하나쯤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