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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하면 꼭 영화 주인공이 떠오른다.
악당 앞에서 당당히 맞서고, 커다란 결정을 내리
며 모두의 박수를 받는 모습. 하지만 살아보니, 현실의 용기는 꽤 소심하고, 어쩔 땐 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친한 친구랑 처음으로 크게 싸운 날이 있었다. 말투도 날카로웠고, 사과할 타이밍도 몇 번이나 놓쳤다. 머릿속으로는 “미안하다고 해야지”를 열 번도 넘게 외쳤지만, 입에서는 끝내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뭐 먹을래?”라는 말로 상황을 얼버무렸다. 웃기지
만, 그게 내가 낸, 겨우 그런 용기였다.
또 한 번은 회의 도중,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안건에 나 혼자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라고 말했다가 회의실이 싸아- 해진 적이 있다. 그날 집에 와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백 번은 후회했지만, 돌아보면 그 순간도 나름의 용기였다.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용기가 꼭 멋있을 필요는 없다고. 사람 앞에서 떠들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받지 않아도 상관없다. 말실수할까 봐 손을 들지 못하는 대신, 다음엔 꼭 말해보겠다고 마음먹는 그 순간도 용기가 될 수 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다고 스스로 토닥이는 것도, 모양새는 빠지지만 꽤 괜찮은 용기일지 모른다.
영화 속 영웅들의 용기는 반짝이지만, 우리 일상의 용기는 늘 조용하다. 잘 드러나지 않고, 대단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 조용한 마음 하나하나가 우리를 계속 나아가게 만든다.
보폭이 크든 작든, 소리가 요란하든 조용하든, 속도가 빠르든 느긋하든, 발걸음을 내딛기만 하면 용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