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

by 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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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티 라이프는 카페가 아니라 냉동실에서 시작된다.

몇 해 전만 해도 하루 한 잔 페퍼민트 티는 내게 당연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루틴이었다. 하지만 음료 한 잔이 5천 원에 가까워지는 걸 보고는 문득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그 돈이면 집에서 티백을 몇 박스는 살 수 있겠더라.


처음엔 억지로 절약하려고 시작했다. 집에서 물 끓이고, 컵에 티백 하나 넣고, 잠깐 멍하니 기다렸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넣으면 나만의 티타임이 시작된다. 특별할 건 없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티백 하나로 두 번 우리는 기술도 터득했다. 첫 잔은 진하게, 두 번째는 연하게. 두 잔이면 마음도, 시간도 한결 느긋해지는 것 같았다.


절약으로 시작했던 셀프 티타임이, 이제는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는 작은 자랑이 되기도 했다. 가끔 친구가 “카페 가자!”라고 하면 마음이 살짝 흔들리긴 하지만, “우리 집에 맛있는 티백이 있는데 놀러 올래?”라는 유혹으로 슬쩍 넘어가는 게 가능해졌다. 막상 와보면 분위기 괜찮다면 다음에 또 오겠다고 한다. 몇 천원 아끼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티백 라이프가,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절약은 꼭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티백 하나, 얼음 몇 조각, 그리고 조금의 귀찮음을 더하면 된다. 카페를 가지 않아도, 집에서 나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달 카드 명세서를 볼 때마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