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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숲섬 Nov 13. 2022

숲-입말음식

우영팟 제주음식



■ 책사진출처: 인터넷서점 알라딘 ■ 책정보: 입말음식 제주 우영팟, 하미현 지음, spoken books, 3만3천원 ■ 첫문장: 후딱후딱 와장창 확확 대충 드믈락 드믈락 듬싹듬싹 영영 ■ 마지막문장: 푸른독새기콩 ■ 내가 그은 밑줄: 훗맛은 다 먹었을 때 입에서 나는 씁쓰름 달크름한 맛인데, 너희는 솜국을 먹어도 훗맛이 안 나냐? ■ 누가 읽으면 좋을까? : 제주 여행 후 또 갈 기회만 엿보는 분들, 요리책을 포토에세이처럼 즐기는 분들, 왜 셀럽들은 제주에 사는가가 궁금한 분들. ■ 같은 소재의 책: 할망 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음식 이야기, 허남춘 외, 이야기섬


 



제목의 입말음식이란 용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음식도 궁중음식, 의례음식 등은 기록하고 남겨진 것이 있는데, 서민의 음식은 그냥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시간의 때가 묻으면 변형되거나 사라지거나 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에 주목해서 입말음식이라는 이름으로 기록을 남기는 일을 한다. 요리법, 재료 이야기,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 주목한다. 사라지고나면 아스라히 아쉬운 것들이 있다. 그런 것 중 하나가 우리가 늘 먹고 자란 음식이 아닐까. 여러 책을 살펴보니 할아버지 할머니댁에서 먹던 음식과 지금의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며 먹는 음식은 차이가 많다.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식재료가 사라지지 않으면 식문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100년 넘게 이어져온 재료 속엔 반드시 다양한 문화가 녹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펴낸 [제주인의 지혜와 맛 전통향토음식]에 제주음식의 보존은 결국 다양한 재료와 신선한 재료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될 때 일부는 변형이 일어났을지라도 그 본질과 눈으로 볼 수 있는 정체는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구하기 쉬운 제철재료로 그때그때 형편에 맞게 해먹은 음식들, 그 음식들 안에는 시간, 계절, 지혜가 담겼을 것이다. 재료에는 제철이라는 계절이 담겼고 그걸 해먹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이 담겼다.


책에는 구하기 쉬운 제철 재료를 가지고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해먹는 음식, 그 소박한 지혜가 담긴 토박이의 요리법이 나온다.  물밭 식재료는 인깅이(방게), 솜(말똥성게), 보말(보말고둥), 우미(우뭇가사리), 생멜(멸치), 구젱기(소라), 구살(성게), 물꾸럭(문게, 돌문어), 솔라니(옥돔), 생톳이 나온다. 땅밭 식재료로는 구억배추, 꿩마농(달래), 양애순(양하순), 양애(양하), 산탈(산딸기), 단지무, 푸른독새기콩, 모멀(메밀), 고사리, 제핏잎, 대지마(지슬, 감자), 도새기(돗, 돼지고기)가 패션쇼의 옷처럼 주인공이 되어 멋진 사진으로 나온다. 이 재료들이 어떤 음식에 들어가는지 내가 먹은 맛들을 더듬어보고, 잘 모르는 식재료라면 어떤 음식이 될지 상상해보자.


노스탤지어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향수라고 번역하는데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 또는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을 말한다. 제주 음식에 추억이라 할 경험이 없는 나도 이 책을 읽으며 “그립다”는 감정을 느꼈다. ‘와장창 빠르게 대강 바다에 가고, 빨리 애들 밥 해두고 밭에 가고’, ‘해녀 하면서 아기 낳으니까 시어머니가 애기구덕 흔들어 주면서 “애기 엄마야, 바당에 가라. 바당에” 라고 했어.’ 이런 문장을 읽으면 그 고단한 삶에 눈물이 났다. 이 책에는 제주 사람들이 먹고 살며 일궈온 살림살이와 생활이 드러나 있다. 제주토박이의 입말과 옛부터 쓰인 제주의 말로 삶을 뒤돌아보고, 그들이 먹고 보고 들었던 일을 전해준다.


음식책을 많이 본다. 꼭 레시피가 필요해서가 아니고 음식책을 보았다고 요리를 하지도 않는다. 요리책이 음식을 만들기위해 보는 거라는 편견을 버리면 충분히 읽는 책, 보는 책이 된다. 미술품 좋아하는 사람들이 도록보고, 드라마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본집 보는거랑 비슷하다. 이 책을 요리책이라고만 하기엔 인간적이다.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은 충분히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외양이 예쁘다. 다홍빛 하드커버, 288 페이지, 적당한 두께와 무게감이 있다. 크기는 흔하게 접하는 책보다는 조금 큰 크기이다. 표지에 해녀 사진이 있고 말을 손글씨로 받아적어놓아 바로 내 옆에서 어멍이 말을 하는 것 같다. 그 말들을 소리내어 읽다가 잘 모르겠으면(제주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아랫부분에 쉽게 풀어놓은 해설을 컨닝하면 된다.


그래서 어떤 사연과 음식이 나오느냐고? 그건 책을 사서 읽어보면 알게 된다. 아는 맛은 알아서 먹고싶고 모르는 맛은 궁금해서 먹고싶다. 책을 읽는 내내 제주가 보이고 들리는 것 같다. 걸으며 현지인을 만나 이야기하고 음식을 나누고 제주여행을 하는 듯한 기시감이 드는 건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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