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윤리교육학부 초등도덕교육전공
어떤 전공을 해야 하느냐, 너는 이 전공을 왜 선택했느냐라고 물으면
학교 면접을 볼 때 하는 답변과 실제의 답변을 다를 수도 있다.
학부전공은 경영학(점수 맞춰서 갔음. 갈 수 있는 대학은 정해져 있는데 점수가 많이 남아 티 내려고 가장 커트라인 높은 과를 갔다. 나 이런 대학 올 사람 아닌데 할 수 없이 온 거다라는 뉘앙스로. 참 건방진 어린 시절이었다.)
석사 전공은 "자연문화유산교육학과"
박사는 "도덕윤리교육학부 초등도덕교육전공"이다.
석사 전공은 제주에서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역시 예상대로 제주에 관해 속속들이 배우게 되었으니 그런 관점에서라면 잘 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석사시작할 때는 몰랐다. 내가 박사과정으로 진학하게 될 줄은. 처음 제주에 올 때는 제주에서 살기 위해서 '학생'으로 신분세탁을 했다. 이제 어디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내용의 공부 혹은 원하는 교수님이라면 다시 육지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내게 '공부'는 꽤 중요해졌다.
어떤 전공을 하는 게 좋을까요를 내게 의논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라고 권할 건 딱히 없지만,
피하는 게 좋다고 말할 꺼리는 있다. 여러 과가 융합학문 하겠다며 연합해서 만든 학과인 경우, 학부나 박사과정이 없는 학과인 경우.....
내가 전공한 자연문화유산교육학과는 지리학과, 사회교육과, 도덕윤리교육학과 교수님이 전임으로 계신다. 옆 학과인 스토리텔링학과는 독일학과, 행정학과 교수님이 전임으로 계신다. 이들 과는 여러 과 교수님들이 강의하고 운영하는 과지만 아주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이러기가 어렵다. 여러 과가 연합하여 만들어 융합학문적 냄새가 나지만, 그 어느 교수도 자기과 학생처럼 알뜰하게 봐주기 어렵다. 물론 교수라는 직업이 바쁘고 시간이 없기 마련이니 개별지도학생에게 신경써주기 어렵다. 그러기에.... 이렇게 연합으로 만든 과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잘 된 일에는 숟가락 얹고 궂은일에는 무임승차하고 싶어 하는 건 보편적인 정서이다.
그리고 학부와 박사과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학과인 경우, 나처럼 박사진학을 하게 될 경우, 적합한 학과를 찾기 어렵다. 학부나 석사 때 전공이 아니면 진학 후에 '선수과목'이라고 해서 교수님들이 지정하는 과목을 따로 수강해야 한다.
내가 석사를 한 과는 현재 현업에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자기 관심이나 공부할 분야가 뚜렷했다. 이도저도 아니면 본인의 학부 때 전공으로 가기도 했다. 나는 딱히 경영학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고, 우리 과 사람들이 많이 가는 지리학은 하고 싶지 않았다. '문화예술경영'이 하고 싶었는데, 이건 이미 문화예술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 위주로, 그러니까 공부보다는 실무에 바탕을 둔 학과이며 덜렁 석사밖에 없었다.
도무지 전문가스럽게 깊어지기보다는 마냥 아직도 넓은 걸 좋아하니, 다른 전공으로 석사를 또 할까도 고민했었다만 이왕 시작한 거 박사과정을 가서 내가 겪어보고 다시 생각해도 될 거 같았다. 사람들은 다 제각각 다르며 남들의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은 일련의 일들이 있다. 가장 큰 건 석사논문을 쓰는 일이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대학원생은 학교 다니며 공부를 하고 논문만 안 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업이다라는 조크도 있다. 그런데, 내가 해보니 논문을 쓰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더라. 그러니 남들의 말은 참고만 할 뿐, 남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레짐작으로 주저앉을 일이 아니다.
아, 그래서 나는 왜 윤리교육학과에 갔는가. 철학 윤리..... 나 고등학교 때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같은 과목도 없었다. 뭐가 뭔지 모른다. 간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석사 때 지도교수님이 내게 교수님 과로 와서 박사공부할 것을 권하셨는데, 지도교수님이 재직하시는 과. 말하자면 아주 간단하다. 나 오라고 하는 교수님이 있는 과에 간 거다.
지도교수님 논문지도 스타일이 내게 잘 맞는다. 꼼꼼, 빨간 펜 첨삭지도,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뭐든 나의 좋은 점을 찾아내서 어떻게든 공부시키고 어떻게든 글 쓰게 만드신다.
진학, 과 선택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나는 생각과 고민이 많아 고민하다 지쳐 결정은 아주 어이없게 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