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독감, 코로나가 다시 대유행이란다.
몇 개 안 되는 단톡방에는 조심하라는 말, 걸려서 고생했다는 말이 자주 보였다. 코로나 보다 더 아프다, 죽다 살았다는 말이 오갔다.
감기는 찬기운을 조심해야 한다. 막 춥기 시작할 때 방심하고 차게 지내다 으슬으슬하면 바로 감기다. 그래서 첫추위에 일부러 집난방을 세게 하고 따뜻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
지난번, 사케리스트가 좋은 이자카야에 가서, 생맥주를 시키며 말했지. 이 계절에 생맥주 마시면 집에가면서 찬바람쏘이고 그럼 감기 직방인데...... 꼭 그 생맥주가 원인은 아니었겠지만 어느 정도는 일조했을 것이다. 그 후에도 다른 자리에서도 맥주를 마셨고, 그날 점심에는 디저트로 쌀아이스크림이 나오기도 했으니, 감기를 피해 다녀도 부족할 판에, 감기 걸려라 걸려라 하고 다닌 셈이 되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어, 비행기를 타고 들어오는 데 목이 간질간질하고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감기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준비를 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코로나에도 걸린 적 없지만, 혼자 도와줄 사람 없이 격리되어 있을 것을 우려하여 내 기숙사방에 5일 치 정도의 여러 물건들을 준비해 놓은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꼼짝 못 할 것을 대비하여 몇 가지 물품을 사고(주로 식료품) 약간의 준비를 했다. 식료품, 주로 레토르트 식품과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 갇혀있는 동안 돼지같이 살찌지 않기를 바라며, 되도록 입맛 없이 열에 시달리는 스스로를 상상하며.... 팩으로 된 두유, 구황작물인 군고구마, 레토르트 죽종류,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누룽지 등등. 반찬가게에 들르면 좋으련만 가까이에 마음 붙인 반찬가게가 없다. 반찬은 김치 한 가지로....(다행히 죽과 곁들여 먹으면 좋은 물김치가 있다)
그리고 중요하고 힘이 많이 든 것.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기어 다닐 수 있으므로 필요한 물건들을 다 아래쪽으로 내렸다. 전자레인지와 전기주전자. 많은 물건들이 대개 허리 높이 이상에 자리하기 마련인데, 몸을 일으키지 못하면 소용없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고 차를 마시고 싶을 테니 전기주전자도 내려놓는 게 좋다.
누워있는 이부자리 근처에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티슈, 물티슈, 수건, 휴지통. 약간의 간식거리.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니 읽을거리들. 음악을 듣기 위한 유튜브 가능한 탭.
밤새 시체가 될지도 모르니, 집은 누군가 들어와도 될 길을 마련하고 평범하게 보이도록 청소.
이렇게 준비하고 감기에 들어갔다. 종합감기약과 증세별로 특화된 감기약을 챙겼다. 어떤 증세가 도드라져 약을 먹게 될까. 한 삼일쯤 누웠다 일어나면 나아질까. 심하게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