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대학원생 공부하기-꾸밈노동에서 탈출

모든 건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

by 인유당 Feb 24. 2025


 자현이라는 법명을 가지신 스님이 있다. 국내 최다 석박사 학위 보유자로 알려져 있다. 학위의 갯수도 갯수지만 학위를 받은 분야 또한 다양하다고 한다. 이는 공부한 걸 최대한 울궈먹는게 아니고 분야마다 철저하게 깊게 공부하시는 거다. 논문도 많이 쓰신다고 한다.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대학원생에게는 넘사벽, 리스펙트!


 그래서 한동안 [사찰의 비밀]에 대한 책 강의 등을 봤었다. 사람들이 스님에게 공부법, 논문 쓰는 법 등을 묻는다.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공부해서 많이 쓸 수 있냐는 비법 같은 걸 많이 묻는다고 한다.


 스님의 대답은 이러했다.  

헤어스타일, 옷에 신경을 안 쓴다.(스님이니까)

가족이 없다.(출가했으니까)


 그 말인즉슨,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의 시간도둑은 헤어스타일과 '오늘은 뭐 입지'인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정신적 시간적인 소모(미안미안 나는 그게 꼭 소모인 것 같아. 도무지 가족 안에서는 소진만 될 뿐, 충전은 안 되는 느낌)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삶을 간소하게 꾸리는 일이 공부하는 사람이 지향해야 할 삶이어야 한다.

뭘 하고 지냈는지, 꾸미기는 포기했고, 꾸미기에 축적된 시간과 기술이 없어 그냥 수수하게 지낸다. 탈 코르셋, 화장도 머리드라이도 안 한다. 옷도 어느 순간부터 매번 같은 디자인의 모나미볼펜 스타일, 검정과 흰색으로 입는다. 이쁜 옷 입는 재미도 없으면 이 따분한 인생 어떻게 견디느냐는 질문도 있을 수 있겠다. 나이 들면 전반적으로 따분한 인생이 좋아진다. 나 자체가 따분한 사람이 되어간다. 그것이 싫지 않다.


 미용실에 다녀왔다. 머리가 길어지면서 앞머리가 답답하기도 하고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단정하게 하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나는 뭐 소탈하고 대충 사는 게 나쁘지 않은 거 같다. 그러니까 점점 게을러진다. 그래도 예의상 꾸미고 나가야 할 직장인도 아니고 사람들 만날 일이 많지 않아 가능한 일이다.


 살을 좀 빼고, 꾸미면 훨씬 좋을 텐데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좀 더 이쁘면 좋겠지.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떠올린다. 머리스타일, 옷 입기에 시간 많이 안 쓰고, 가족에게 얽매이지 않는 단출한 삶. 그렇게 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고 남들이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나.


-------

탈코르셋은 여성들에게 암묵적으로 강요됐던 미적 기준을 버리고 남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여성주의 운동을 의미하며, 과거 꾸밀 자유를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꾸미지 않을 자유를 주장하여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다닐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


작가의 이전글 대학원생 공부하기-피드백 방법 4가지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