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문학과 만나다
사진은 [디지털, 인문학과 만나다]라는 수업이다. 특이한 수업이다. 이런 수업형태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학점이 나가지 않고 Fail/Pass 만 있다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청강을 하게 된 계기는 내가 아주 존경하는 P교수님의 수업. P교수님의 수업은 학부건 대학원 수업이건 내 전공도 아닌 전공의 필수건 선택이건 간에 모두 들으려고 한다. P교수님 수업은 내게 영감과 통찰력을 주며, 교수님의 강의와 수업방식에서도 얻는 바가 많다. 가장 크게는 학문을 향한 열정이랄까 그런게 느껴진다. 인연이 있어 들어야 하는 과목이었는지, 알았다면 교수님께 청강허락을 구하는 메일은 보내지 않았을 사항, 8B라고 표현된 수업시간이었다. 뭐지? 오타인가? 8교시이고 B반이라는 건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8교시는 4시에 시작해서 5시에 끝난다) 그러나... 강의실을 찾아간 나는 뜨악 놀랐다. 4시 30분에 시작해서 5시 45분에 끝나는.... 1시간보다는 많은 일종의 수업시간과 수업시간을 걸치는 수업이었다. 1시간 걸리는 다른 캠퍼스에서 6시 30분부터 내 정식수업이 있으니..... 총알택시가 불가피했다. 5시 45분에 수업이 끝나 이렇게 마음 졸이며 캠퍼스를 옮겨 다녀야 한다는 사실을 일찍 알았다면, 이 수업은 내게 듣고 싶었는데 못 들은, 그냥 궁금증만 남긴 수업이 된 채 아쉬움을 남긴 것으로 기억될 거였다.
그러나, 무지와 용기가 이 수업을 듣게 했다. 결국 이 수업이 내게 남긴 것은 무엇이었는지는 두고두고 생각해 볼 일이다.
곽아람의 [공부의 위로]라는 책이 있다.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부제가 붙어있지만 나는 이 책이 글쓰기에 대한 책으로는 읽히지 않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왜 부제를 이렇게 붙였을까.
책을 쓴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교양 있는 여자'로 짓고 싶었다며, 나 이대 나온 여자야~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싶었다고도 했다.
대학 때의 강의계획서, 수업노트, 제출한 리포트를 거의 다 가지고 있어서 그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된 책이다.
대학 때 들은 수업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엄청난 기억력과 수집의 힘이다.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 그때 무엇을 알게 되고 느꼈는지, 나중에 이 과목이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등등을 여러 각도로 썼다.
이 책을 읽고는, 나도 대학원에서 들은 강의들을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대학원 4학기 째(거의 끝이다)에 보게 된 책이니, 책을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자료들을 모으기에는 이미 늦었다.
더군다나, 리포트나 발표자료들을 넣은 USB는 분실했고, 노트북은 한번 죽었다 살아났으며....
어떤 사실을 카테고리화하여 정리하는 힘이 부족하니, 자료는 산재해 있으나 그 자료를 가공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가. [정리하는 뇌]라는 책이 도움이 된다는데, 정독하지 못했다.
그래도 [디지털, 인문학과 만나다]에서 내가 청강을 들을 수 있는 교수님의 강의는 2주, 4번의 강의이니, 이 강의 정도는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어렵군요....라고 말하는 건 너무 이른 속단이겠지.
사진 찍고 노트 있고, 여전히 진행되는 수업이니 강의계획서 있고..... 재료는 다 준비되었는데, 요리 레시피를 모르겠네. 재료 다 때려 넣으면 '요리'가 되는 건가.
이 수업을 기록하기 위해 찍은 사진들이다.
1. 수업시간 교수님의 판서 혹은 수업풍경. 예민한 초상권 문제로 같이하는 학생들 얼굴이 식별하기 어려워야 한다. 그리고 혹시 정식으로 쓰게 될 경우, 교수님께 이 사진을 써도 되는지의 여부를 허락받아야 할 것 같다.
요즘은 뭐든 법적으로 알아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수업이 있는 인문 2호관의 모습. 대학캠퍼스의 낭만, 강의실의 풍경이 내게는 소중하다.
3. 인문 2호관에서 바라본 다른 건물. 교수회관.
4. 강의가 있는 건물 인문 2호관.
5. 강의가 있는 3월, 건물밖 정원의 매화. 향기가 고혹적이다. 2호관 건물 뒤편, 수의대 건물 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