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숨 쉴 곳이 필요해<블루하우스>
숨 쉴 곳, 좋아하는 것, 지금 하는 것에서 잠시 벗어나 쉴 수 있는 장소, 꺼리를 갖는 일은 소중하다.
내게 카페를 가는 건 그런 의미이다.
좋아하는 차를 마시고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달달이를 곁들이는 일.
좋은 카페의 컵과 소품들. 포크 나이프는 왤케 좋은지, 그런데 그런 걸 좋아하는데 왜 나는 가질 수 없는지.
좋은 카페에 가서, 집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호사스러움을 마음껏 누린다.
사람에게 제3의 장소는 필요하며, 현대 도시인에게 그 필요의 대부분은 커피숍이나 카페가 채워준다.
이런 카페 이야기를 할 때면, 제3의 장소와 함께 목적구매와 체험구매 이야기를 더불어 한다.
(제1의 장소는 가정, 제2의 장소는 학교나 직장, 제3의 장소는 제1의 장소나 제2의 장소가 아닌 곳)
오늘은 K선생님을 만났다. (이미 나보다 먼저 대학원석사로 졸업을 하고, 그 이후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지만
지금도 연락하는 친한 선생님. 공부를 좋아하는 이 선생님도 다른 석사를 하건, 박사진학을 하건 학교를 다니면 좋겠는데 세 아이와 양쪽의 늙으신 어머님들 그리고 사업에 바쁜 남편의 뒷바라지까지, 대부분의 중년 여성들이 지닌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지 못하는 전형적인 전업주부. 나의 '한량'스러움을 부러워하며 대리만족하는 부류)
오늘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고, 나는 가장 만나기 편한 학교를 약속장소로 해서, 학식 먹고(내가 사주기 부담 없는 건, 그저 학식이다)..... 근처 커피숍에 갔다.
K선생님은 석사논문에 지역색을 반영한 카페를 스토리텔링 서사를 도입하여 구상하였었다.
그만큼 카페를 좋아하고 조예도 깊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카페에서 보고 읽으므로 K선생님과 카페를 가는 건 즐겁다. 더군다나 아주 좋은 외제 승용차를 운전하므로 동행도 즐겁다(부잣집 사모님이다). 그리고 차와 함께 꼭 달달한 케이크나 빵을 곁들인다. 나처럼 2~3가지 음료 중 뭘 시킬까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다 시키세요라고 말하며 시켜준다................( 시켜준다고 그걸 다 먹는 나는 뭐니. 감사합니다!)
오늘은 블루하우스라는 곳에 갔는데, 이곳은 밀크티로 유명한 곳이란다.
그러나 커피에 굶주리고 있던 나는 롱블랙을 주문했고 애플파이를 함께 먹었다.
롱블랙을 처음 마신건, 역시 나의 90년대 후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호주'에서였다.
아메리카노와 원료는 같은데 순서가 다르며, 약간 맛이 다르다.
밀크티 맛집에서 밀크티는 안 마시고 롱블랙과 블랙티를 마시고 나왔다.
크게 넓지도 않은데 손님은 끊임없이 왔고, 다들 뭔가 잔뜩 먹고 마셨고, 우리도 꽤 장시간을 앉아있는데 시끄럽지도 아주 조용하지도 않고, 소리가 울리지도 않고, 좋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음악이 흘렀다. 이곳에서 주는 편안함은 아마도 소리가 잘 통제되거나 제어되는 곳이기 때문인 것 같다.
(*롱 블랙(영어: long black)은 커피의 한 종류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주로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물(보통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데워진) 위에 에스프레소 샷 두 잔을 더해 만든다. 롱 블랙은 아메리카노와 비슷하지만,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샷에 뜨거운 물을 더하는 것과 달리, 크레마가 남고, 양이 더 적다. 그러므로 더욱 강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롱 블랙을 만드는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순서가 바뀔 경우, 에스프레소 추출 시 함께 나오는 거품인 크레마가 없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