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공부하기-서양미술사

by 인유당

2016년 3월 내 블로그 글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잡지 못했던 책,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드디어 읽었다. 이 뿌듯함이라니.


서양미술사 책을 추천한 두 명사의 추천사를 옮겨본다.

사물을 대하는 시선, 미를 바라보는 눈, 표면적인 인식의 한계를 넘어 간과가 아닌 응시의 시선 등이 창의성의 근본이라면 바로 그것을 가장 쉽게 배우는 책. 특히 청년학생들의 필독서로 추천-박경철

내가 인생의 목표로 한 것은 이 책 같은 한국미술사를 쓰는 것이었다. <한국미술사 강의> 시리즈를 마친 뒤에는 이를 압축해서 <한국미술사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으니 내 저술의 교본이라고 할까. -유홍준


책을 텍스트가 아닌 물체로서 바라본다. 688페이지. 989그램. 172*245*35, 3.5센티미터의 두께이다. 정가는 3만 8천 원. 10% 할인을 받아 3만 4천2백 원. 내가 산 책은 16차 개정증보판 한국에서는 2012년 9쇄를 발행한 책이다.


28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류의 책을 완독 하려면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하다. 총페이지를 나누어 하루에 그만큼씩을 반드시 읽는 거다. 28개의 챕터.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다른 책도 있으므로 14일 만에 완독. 3일 정도 주요 부분 재일독. 그리고 서평 쓰기.

두께와 그 참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어려움 때문에 망설였지만 막상 책을 펼치니, 참고 그림도 많고, 차근차근 쉽게 풀어놓은 이야기에 금방 빠져들 수 있었다.

서양미술사라서 history 일 줄 알았는데 원제가 The Story of art이다. Story 라니, 그럼 재미있게 빠져들 수 있는 거 아닌가. 역시, 뭐든 일단 덤벼들 일이다.


여행이라는 것을 가면 흔히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건축물을 본다. 역사, 시대, 작가의 특징등을 알고 보면, 더 잘 보인다.

이 책의 대략적인 내용이나 시대에 대한 특징, 그 시대의 유명한 작가등을 요약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나중에 16판 서문에서 이야기로 받아들여 달라는 당부를 하는데 위안받았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있었고, 그 원칙을 지킨 책이어서 감동을 준다. 나는 이 저자의 서문에서 더 큰 감명을 받았다. 저자의 서문에서 이 책의 방향과 원칙을 살펴보자. 그럼 이 책이 더 잘 보인다.

저자 서문에서 밑줄 친 부분을 옮겨보겠다.

염두에 둔 독자는 자신들의 힘으로 이제 막 미술 세계를 발견한 10대의 젊은 독자들이다.

평이한 말을 사용하려고 성심껏 노력했다.

원칙 1. 도판으로 보일 수 없는 작품, 인명의 나열 없다

원칙 2. 진정 훌륭한 작품만 언급, 취향이나 유행의 표본인 작품은 배제

원칙 3. 널리 알려진 유명한 걸작들이 제외되지 않도록 자제(自制)

원칙 4. 논의된 작품들을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 이해하는 방향으로 유도

12판 서문(1971): 처음부터 미술의 역사를 글과 그림으로 서술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가능한 한 페이지를 뒤적이지 않고 논술된 도판을 펼쳐놓은 본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기획된 책이었다. 10

우리의 목표는 이 책을 단순한 명화 모음집이 아니라 역사책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11

13판(1977): 연대표 첨가 11

14판 (1984): 흑백인쇄 도판을 원색으로 대체, 새로 발견된 작품들, 과거의 역사 수정 그리고 풍요로움 11

15판 (1989): 이 책이 역사책으로 읽히고 즐기도록 의도되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처음부터 읽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건다. 12

16판(1994): 8명의 새로운 화가 추가: 코로, 케테 콜비츠, 에밀 놀데, 브랑쿠시, 니콜슨, 데 키리코, 마그리트, 모란디. 이야기의 부드러운 전개가 이 책의 우선적인 목표이다. 13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미술의 역사가 어떻게 엮어지는지를 깨닫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과 날짜의 목록을 암기하는 일은 어렵고도 지루하지만 이야기를 기억하는 일은 굳이 애쓰지 않고도 가능하다. 이야기 속의 여러 등장인물들이 하는 역할을 이해하고 날짜가 이야기의 발생과 여러 사건들 사이에서 시간의 경과를 어떻게 가리키는지에 대해 터득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미술에서 한쪽 측면에서의 득은 다른 면에서 실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의 본문에서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13

이 책에 접근하는 편안한 방법.

슬슬 책을 넘기면서 도판을 본다. 눈이 머물거나 관심 가는 도판이 있으면 설명을 읽어본다. 주의를 끈다면 그 도판에 대한 부분을 설명한 책의 본문을 읽어본다. 옆에 두고 자주자주 펴본다. 두껍지만 편집이 좋다. 도판이 많고, 설명옆에 딱 붙인 도판으로 편집되어 있어, 뒤로 갔다가 앞의 본문을 읽는 수고가 없다. 그냥 읽으며 그림 보며 빠져들 수 있다. 챕터마다 분량이 많지 않은 것도 부담적은 일이다.

비전공자로서 고대의 역사나 지금과는 너무 다른 작품 표현방식을 지루하게 보다가 중간쯤 가면, 비전공자도 어디선가 들은 적 있고 본 적 있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챕터 6쯤 되면 로마와 비잔티움이 나오고 챕터 15, 16세기 초가 거론되면서 드디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나온다. 그러면 슬슬 재미있어진다. 이 정도까지 왔으면, 이제 이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다. 다음 시대가 궁금해진다.

책 후반에 참고문헌에 대하여 부분도 주의 깊게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책을 ‘읽기 위한 책’, 참고하기 위한 책, 눈으로 보는 책으로 나누었다. 주요 원전, 미술사 방법론, 양식과 시대별 연구서와 지침서, 여행서 등. 그 책을 읽어보라는 게 아니라,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읽고 공부한 책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다. 그리고 저자가 분류해 놓은 방식을 보면 저자 머릿속의 서랍과 분류방식등을 참고할 수 있게 된다.

책의 내용은 주요 부분임으로 그게 가장 좋았던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이 미술사와 미학서적의 고전이며 기본서임을 알면서도 다른 책들만 읽으며 주위를 맴돌았다. 이 책을 읽은 나의 한마디 ‘모든 미술해설서는 이 책의 변주일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16판을 내도록 거듭한 저자의 생각들을 읽어내는 것은 보너스이다.


자, 이제 다음 과제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인가....(1~4)

위의 글은 2016년에 처음 읽고 쓴 글이다.

여기부터는 오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볼까...라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잡은 책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다시 읽으려고 폈다가 놀란 건, 아니 이렇게 작은 글씨였단 말인가. 읽기도 전에 어른어른하다.....어쩌나...큰글씨책을 사나...돋보기(루페)를 구하나. 그때만 해도 젊었구나, 한탄을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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