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기행[3]
귀엽기로 유명한 대만의 신호등. 걸어가는 소녹인의 모습. 근데 저거 전력 낭비 아닌가? 아두이노 코드로 짜볼까. 디스플레이 전공생의 본능이랄까.
각설하고, 대만에 와서 가장 놀란 점은 역시 교통이랄까.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일단 버스를 3번이나 놓쳤다. 눈앞에서. 나중에야 알았다. 버스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손짓으로 붙잡아야 한다는 것을. 기다림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배차 간격은 느긋하게 30분이 넘어가고, 여유로움 속에서 초조함을 알게 된다.
다만, 무엇보다 당황스러운 점은 바로 차량들이 비보호 좌회전을 한다는 점. 또, 보행자 우선이 아니라, 도로를 건너기 위해 운전자들과의 티키타카가 필요하다는 점. 그들의 시선을 읽고, 주저하는 순간들을 캐치해야 한다. 꽤나 걸어 다니는 재미가 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정해져 있었다. 빨간불이면 멈추고, 초록불이면 건너는, 단순 명료한 세계. 주어진 규칙 안에서 생각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곳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보행자이든 운전자이든. 그리고 그 선택에는 당연한 책임이 뒤따른다. 결정이 옳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는 와중에도, 이곳의 사람들은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완벽하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그들은 분명히 목표하는 지점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경이롭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걸음. 나 역시 그렇게 걷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