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얼하게 말 사냥이 늘어왔어. 문맥을 일절 배제하고, 말미를 잘라 불태워 실제로 사회적 지위를 잃은 사람도 있다.
어떤 밤엔 혼잣말조차 조심스럽다. 텅 빈 방에 던진 말 한 조각이 벽에 스며들어, 언젠가 낯선 세입자의 입에 의해 낭독될 것만 같다. 말 한 조각, 문장의 미세한 균열, 숨결의 꼬리만 붙잡혀도, 불쏘시개로 쓰임에 아무도 주저하지 않아.
그걸 보고 있자면 묘한 기분이 든다. 누가 불을 질렀는지보다, 모두가 불구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기묘하다. 사람들은 그런 걸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그 불씨가 자기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듯. 왠지 안심한 얼굴로.
정의도 아니고, 감정도 아난, 일종의 ‘안도’. “나는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면죄부. 타인의 붕괴 위에 쌓는 자기 보존의 윤리. 그래서 더 위험하다.
나는 이제 말이 두렵다.
내가 하는 말이 두려운 게 아니다.
내 말이 아닌, 누군가의 욕망이 내 말을 빌려 쓸까 봐.
그들의 화형식을 위한 불쏘시개로 쓰일까 봐.
입을 여는 건, 곧 나를 넘겨주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침묵한다. 말을 삼키는 법을 배운다. 비겁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저 조용한 것이 좋다. 침묵은 적어도 온전한 나의 것이다. 해석당하지 않는 마음의 마지막 피난처다.
물론, 이 침묵조차 의심받는다. 또 언젠간 누군가에겐 ‘의도’가 되어 돌아오겠지.
그 순간이 조금 더 늦게 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