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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지는 안개처럼

by Camel

# 흩어지는 안개처럼


창밖에 내리는 가을비를 바라보며 문득 그때의 이별이 떠올랐어요. 시간이 흘러도 마음 한켠에 맺혀있는 그 순간, 마치 방금 전의 일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답니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었죠. 공항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이 흐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어요. 떠나보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답니다. 우리의 마지막 포옹은 차가운 공항 로비에서 얼마나 길었을까요.


"잘 가" 라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어요.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눈물을 삼키며, 환한 미소로 배웅해주고 싶었는데. 결국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속에 그의 뒷모습을 배웅했답니다. 검색대를 지나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이, 마치 흑백 필름의 한 장면처럼 아직도 선명해요.


이별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잠시'라고 생각했던 거리가, 어느새 영원한 이별이 되어버리기도 하죠. 매일 보던 얼굴이, 매일 들리던 목소리가, 하루하루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끼는 건 참 서글픈 일이에요.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더군요. 처음에는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 아픔이, 이제는 잔잔한 그리움으로 바뀌었어요. 가끔 거리를 걷다 그와 비슷한 뒷모습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긴 하지만, 예전처럼 달려가진 않아요. 그저 미소 짓고 지나치게 되었답니다.


이별 후에야 깨달은 것들이 참 많아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당연히 영원할 줄 알았던 것들이 얼마나 덧없는지. 혹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은 알아요. 그 시절의 우리가 나눈 이별이 서로를 위한 최선이었다는 걸.


이제는 그 이별을 통해 배운 것들에 감사하려 해요. 더 단단해진 마음도, 더 깊어진 사랑의 의미도, 모두 그 아픔이 남긴 선물이니까요. 누군가는 말했죠.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준비라고. 그 말을 믿으며 오늘도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어요.


창밖의 비는 어느새 그쳤네요. 물기 어린 거리는 마치 눈물을 훔친 듯 반짝이고 있어요. 이별도 이렇게 지나가는 비처럼,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작은 무지개를 선물하는 걸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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