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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내린 새벽의 정적"

by Camel

창밖으로 하늘하늘 날리는 하얀 눈송이들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하네요. 새벽 세 시, 온 세상이 잠든 이 시간에 저는 홀로 깨어있어요. 창가에 앉아 따스한 차 한 잔을 두 손으로 포근히 감싸쥐고, 고요한 겨울 새벽을 바라보고 있답니다.


첫눈은 늘 이렇게 살며시 찾아오나 봐요. 마치 발소리를 죽여 다가오는 애인처럼, 아니면 엄마가 잠든 아이의 이불을 사랑스레 덮어주듯이요. 시계 소리마저 잦아든 것만 같은 이 고요 속에서, 저는 눈이 내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요.


창밖 가로등 불빛 아래로 눈송이들이 하늘하늘 춤추듯 내려와요. 어떤 건 나비처럼 사뿐사뿐 날고, 어떤 건 깃털처럼 소곤소곤 내려앉네요. 땅에 닿은 눈은 마치 포근한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쌓여가고 있어요.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길이 만들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마치 새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만 같아요.


이런 순간이면 어릴 적 첫눈 오던 날이 아련히 떠올라요. 창가에서 잠 못 이루고 밤새 눈이 쌓이길 기다리던 설렘도,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의 그 가슴 벅찬 기쁨도요. 지금은 그때처럼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하진 않지만, 첫눈이 주는 그 달콤한 설렘만큼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 사르르 녹아들어요.


잠시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이 새벽이에요. 저는 그저 이 고요함을 온전히 느끼며 앉아있답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도, 제 마음만큼은 포근하기만 해요.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눈을 살포시 감았다 뜨는데, 어느새 동쪽 하늘이 은은하게 밝아오기 시작하네요.


첫눈은 이렇게 새벽의 정적과 함께 찾아와서, 제 일상에 달콤하고 설레는 순간을 선물해주어요. 그리고 저는 이 포근한 겨울 새벽의 기억을, 오래도록 제 마음속에 아름답게 담아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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