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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해 뜨개질한 마음

by Camel

처음 뜨개질을 배우던 날, 내 서툰 손끝에는 그이를 향한 설렘이 가득했어요. 유튜브를 보며 수없이 실수를 하고, 풀었다 다시 뜨기를 반복했죠. 한 코 한 코를 뜰 때마다 그이의 따뜻한 미소가 떠올라 마음이 사르르 녹았어요.


겨울이 오기 전, 그이에게 깜짝 선물로 장갑을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바쁜 회사 생활 중에도 틈틈이 뜨개질 바늘을 들었어요. 지하철에서도, 점심시간에도, 늦은 밤 침대에 누워서도 살짝살짝 뜨개질했답니다.


실수로 코를 놓쳐 다시 풀 때면 속상했지만, 완성됐을 때 그이가 지을 표정을 상상하며 다시 힘을 냈어요. 불규칙한 코들 사이사이에 제 서툰 사랑이 스며들었죠. 때로는 한숨이 나올 만큼 힘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이의 따뜻한 손을 생각하며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았으니까요.


마지막 마무리를 하던 날, 창밖에는 첫눈이 내렸어요. 하얀 눈처럼 순수한 내 마음이 이 장갑에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행복했죠.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내 서툰 사랑만큼이나 어설프고 예쁜 장갑이 탄생했어요.


그이에게 장갑을 건넸을 때, 떨리는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환하게 웃어주셨어요. 조금은 삐뚤빼뚤한 뜨개질이지만, 그이는 내 마음이 담긴 장갑을 소중히 껴주었답니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걸을 때면, 내 서툰 사랑이 그이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라요.


지금도 그이는 이 장갑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요. 때로는 풀린 코를 다시 꿰매주며, 우리의 사랑도 이렇게 하나씩 엮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툰 솜씨로 뜨개질한 이 장갑처럼, 우리의 사랑도 조금은 어설프지만 날이 갈수록 더욱 따뜻해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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