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엔 눈이 내리고, 난로 앞에 앉아 귤을 까고 있어요. 까맣게 그을린 난로 위에서는 주전자가 슬며시 김을 올리고 있죠. 귤 껍질을 까면서 퍼지는 상큼한 향기가 온 방 안을 채워가요.
엄마는 늘 귤을 예쁘게 깎으셨어요. 하얀 속껍질 하나 남기지 않고, 마치 꽃잎처럼 동그랗게. 저는 아직도 그렇게 예쁘게 까지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귤껍질을 벗겨요.
난로 위에서 달그락거리는 주전자 소리를 들으며, 어릴 적 겨울밤이 떠올라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차가웠던 손을 녹이려 난로에 갖다 대곤 했죠. 그러면 엄마는 "데일라" 하시며 따뜻한 물로 손을 씻어주셨어요.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꺼내신 귤 하나를 내밀어 주셨죠.
지금도 귤 한 알을 입에 넣으면 그때의 따스함이 온몸으로 퍼져요. 새콤달콤한 맛보다, 그 순간의 정이 더 진하게 남아있나 봐요. 귤은 혼자 먹는 것보다 함께 나눠 먹을 때 더 달콤한 것 같아요. 껍질을 까서 한 알 건네고, 또 한 알 받아먹는 사이로 오가는 이야기가 더 맛있어지니까요.
난로 앞에 쌓여가는 귤껍질에서 겨울 향기가 피어나요. 가끔은 귤껍질을 난로 위에 올려두기도 해요. 그러면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면서, 차가운 바깥공기도 따뜻하게 녹여주는 것만 같아요.
이제는 제가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귤을 나눠 먹어요. 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귤 한 알에 소소한 이야기 한 조각씩을 나누죠. 때론 말없이 그저 귤만 까먹을 때도 있지만, 그 고요한 순간이 더 포근할 때가 있어요.
겨울이면 생각나는 것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난로 앞에서 가족과 함께 나눠 먹던 귤의 향기는 특별하답니다. 그 작은 귤 한 알 속에 우리 가족의 따뜻했던 겨울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