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서리가 내린 겨울 아침, 보리밭의 초록빛이 유난히 선명해요. 하얀 서리를 뒤집어쓰고도 꿋꿋이 서 있는 보리의 어린 잎새들이 참 대단해 보여요. 모든 것이 잠든 듯한 겨울에도, 이렇게 생명은 꿈틀대고 있네요.
새벽녘 보리밭을 걸어보면, 서리 내린 잎사귀들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하지만 아침 햇살이 비치면 다시 고개를 들고, 더 짙은 초록빛을 뽐내죠. 마치 우리의 삶처럼요. 때로는 힘겨운 순간에 고개를 숙여도,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요.
보리는 알아요. 이 추위가 지나가면 따스한 봄이 온다는 것을. 그래서 차가운 서리를 이겨내며 꿋꿋이 자라나고 있는 걸까요? 어린 보리의 생명력을 보고 있으면, 제 안의 작은 희망들도 다시 깨어나는 것 같아요.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죠. "보리는 겨울이 추울수록 더 튼튼하게 자란단다."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그 말씀의 의미를 알 것 같아요. 역경이 있기에 우리는 더 강해지고, 추위가 있기에 봄이 더욱 소중한 거겠죠.
때로는 삶이 겨울처럼 춥고 힘들 때가 있죠. 하지만 보리밭의 초록을 보세요. 하얀 서리 사이로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초록빛처럼, 우리의 희망도 역경 속에서 더욱 빛나게 자라날 거예요. 서리 내린 보리밭 사이로 불어오는 찬 바람도, 어쩌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자연의 선물일지도 몰라요.
매서운 바람이 불어도 보리는 묵묵히 겨울을 견뎌내요. 봄을 기다리는 인내도, 추위를 이겨내는 강인함도, 모두 보리의 작은 잎새 속에 담겨있네요. 그래서일까요? 서리 내린 보리밭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겨요.
지난겨울, 제게도 힘든 시간들이 있었어요.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멈춰 있었죠. 그때 우연히 본 겨울 보리밭이 제게 작은 위로가 되었어요. 차가운 서리를 이고도 푸른 생명력을 잃지 않는 보리를 보며, 저도 다시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얻었거든요.
우리도 보리처럼 살아가면 좋겠어요. 때로는 서리를 맞아도, 다시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보리처럼요. 그러다 보면 우리의 삶도 보리밭처럼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요? 오늘도 겨울 보리밭은 조용히, 하지만 강인하게 봄을 향해 자라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