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억은 아마도 알 속이었던 것 같다.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은 그때의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새끼 파충류일 때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의 말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새끼를 무어라 부르는지 알고 있지만 나를 그렇게 칭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냥 도마뱀이니까.
내가 잠시, 아주 잠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어두웠고 고요했다. 코 앞의 내 두 손도 보이는 듯 마는 듯, 발가락이 보이는 듯 마는 듯. 그러나 나는 손이 무엇인지 발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내가 머물던 알 속은 몹시도 따뜻하고 몸이 두둥실 편안했기 때문에 나는 몇 번이고 다시 눈을 감아 잠을 청했다.
다음 기억은 엄마의 우는 얼굴이다. 엄마는 나를 품에 안고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며 울었다. 슬픔의 냄새가 아주 많이 났으니 눈물이 없었더라도 엄마가 아주 슬퍼하며 울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엄마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괜찮다고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나는 아마도 괜찮다는 음을 가진 어떤 말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틀림이 없으니까. 엄마는 절대 틀리지 않으니 어쩌면 사람들이 모두 '괜찮다'를 잘못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때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나는 여전히 때로 알 속에 있었던 나를 떠올리고 상상한다. 어둡고 침침함, 고요함, 미지근한 온기, 편안함....... 온통 엄마의 것으로 채워져 있던 그 세상의 것들은 엄마가 내 곁을 아주 멀리 떠나 돌아오지 못하게 된 후에도 종종 잠 못 드는 밤 나의 위안이 되었다.
몇 번인가 엄마는 나를 낳을 때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를 이야기했다.
너는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는데도 정말 힘들었어. 엄마 골반이 좁아서, 나오다가 머리가 끼어가지고는....... 중간에 한 번 기절도 해서 간호사가 엄마 뺨을 후려치면서 깨우기도 했어.
뺨을 얻어맞은 것이 좋기라도 했던지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는 희미하게 웃었다. 주로 우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던 엄마가 그렇게라도 웃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굳이 내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얼마나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웠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굳이 대꾸할 말이 없어 그저 듣고만 있으면, 엄마는 내 태몽 이야기를 했다.
너는 아주 큰 도마뱀이었대. 코브라 도마뱀보다 더 큰, 그런데 징그럽지 않고 아주 예쁜 도마뱀이었대. 비늘이 아주아주 화려하고 큼직해서 사람 얼굴이 비치고 그랬대. 그게 엄마 치마폭으로 휙 뛰어들기에 치워주려고 했더니 엄마가 안 된다고, 내 거라고 그랬다고 하더라. 절대 안 뺏기겠다고 펑펑 울었다나.
작은 나를 품에 눌러 담으며 귓가에 속삭이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엄마가 정말로 나를 뺏기기 싫어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왜 그렇게 남의 이야기처럼 말하는지, 내 태몽을 꾸었고 꿈속의 엄마에게서 나를 치워버리려고 했던 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엄마는 나를 빼앗기지 않았고, 나는 엄마 품에 있었으니까. 아이구, 이쁜 내 새끼. 나는 축축하게 젖은 그 목소리를 정말로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