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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롸이트 Aug 22. 2023

취향과 방향을 모르는 사람이 싫다.

친구 중에 그런 애가 있다.


늘 자신의 처지를 답답해하지만 딱히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고 찾아 나서기엔 변명이 너무 많은 친구.


늘 조언해 주지만 귀담아듣지 않다가 나중에 눈탱이를 맞고 와서 징징대는 친구.


예전엔 어떻게든 자기 길을 찾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픈 오지랖을 부렸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똑같이 겪지 않게 해 주고픈 마음에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다 부질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같은 이야기를 해줘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친구는 손에 꼽았다.


한두 번 이야기가 오가다가 계속해서 안 되는 이유, 못하는 상황들만 돌아오면 모든 열의를 잃고 그냥 아 그래.. 하고 대충 체념하기 시작했다.


내가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 인생, 굳이 마음을 쏟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됐달까.


게다가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가 겪어나가야 하는 일이라, 내 조언대로 했다가도 문제를 겪는 일도 있었다.



가끔 한 번씩 찾아오는 슬럼프를 내가 어찌해 줄 수도 없는 것인데 무엇을 바라고 나에게 하소연하는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공감을 바란다기엔 너무 공허하고, 조언을 바란다기엔 그 어느 것도 실행하지 않을게 뻔해서. 


누구나 그렇든 본인 스스로가 힘든 부분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고, 결국 그 부분이 해결되기 전까진 주변에서 뭐라 한들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 역시 오늘 지난한 무기력을 해결하느라 애를 먹었다. 


여러 이유로 운동을 못 간 지 한 달이 넘은 것 같은데, 쳐지는 몸 때문에 마음까지 가라앉고 있었다. 


원인을 알고 있으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꾸만 미뤄졌다.


오늘 아침 역시 날도 궂고 몸도 처지고, 운동을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두룩 빽빽이 었다. 


하지만 자꾸만 타협하는데서 오는 패배감을 이겨내고 싶어서,


'나 오늘 힘들었는데도 운동 갔다 오긴 했다'라는,


단지 그런 동기부여가 필요해서 어찌어찌 간신히 문을 박차고 나왔다. 


30분간의 트레드밀에서 땀나는 유산소를 하고 내려왔을 뿐이지만 마음이 너무 상쾌해졌다. 


과연 바라던 기분을 얻었고, 점심도 맛있게 먹을 허기를 얻었다. 



스스로를 얽매는 슬럼프와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려면, 적어도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 


새벽같이 일어나느라 몽롱한 정신과, 치료받느라 욱신거리는 팔꿈치, 그리고 삐끗한 발목에 밖에는 비바람이 불어도


그저 나를 일으켜 세울 그 하나의 작은 성취감을 위하여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몇 걸음을 옮기는 것.


그 정도 노력도 없이 그저 주저앉아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지 않는다. 



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 '나 t발 c인가'하는 불필요하고 은은한 자책감을 느끼는 것도 이젠 피곤하다.


이제는 그냥 내가 타고난 대로, 내 입장에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하고 받아들이건 말건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  


취향과 방향을 아는 멋진 사람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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