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쯤 할까 생각했던 팔꿈치 수술을 내일 하게 됐다.
수술명은 '척골 신경 전방 전위술'
팔꿈치 신경이 뼈에 눌려 팔이 저리고 통증이 있을 때, 신경의 위치를 옮겨주는 수술이라고 했다.
본격적으로 내 일을 시작하고 얼마 가지 않아 올해 4월쯤 처음으로 증상이 나타났었다.
일을 쉬면서 팔을 쓰지 않아야 낫는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심란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된다고 겁을 주듯 이야기했을 때는 결코 그것만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몇 번의 주사와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고 조금 나아졌다가 한 달 전쯤부터 다시 통증이 시작됐다.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팔이 자꾸 아프니 여간 우울한 게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은 그래도 이 정도로 수술을 결정하기엔 좀 이르다고 했다.
하지만 그냥 팔을 고쳐버리고 마음껏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자 나를 말릴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마음먹으면 일단 실행에 옮기고야 마는 미친 추진력의 소유자이므로.
흉터가 조금 크게 남는 것 외엔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했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므로 수술을 하겠다고 혼자서 결심하고도 많은 걱정이 들었다.
만에 하나라도 뭔가 잘못돼서 일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루종일 시큰거리는 팔을 붙잡고 언제나 수술할 만큼 나빠지려나 하며 계속 우울할 수는 없었으므로.
저는 일을 많이 하고 싶고요, 그냥 수술해도 괜찮을까요.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그럼 그러시죠. 했다.
일을 줄이거나 손을 안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결국 이대로 가다가 어차피 수술을 하게 될 거라고.
그렇게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이루어져 급작스럽게 내일 예약을 잡았다.
가족들에게 이야기도 하고 의뢰 건들도 서둘러 마무리지었다.
그렇게 서서히 수술이 실감 나기 시작하자 불안과 걱정이 몰려왔다.
전신마취도 아니고 수면마취인데 영영 못 깨어나면 어떡하나,
너무 많이 아프면 어떡하나,
입원기간이 너무 심심하면 어떡하나,
깁스생활이 너무 불편하면 어떡하나,
그 고생을 다 하고도 팔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무리하다 나머지 한 팔도 아파져서 또 수술을 하면 어떡하나..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라는 것,
그리고 나에게 이제 그 정도 어려움은 이겨낼 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생처음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너무 두렵다.
무사히 다시 눈을 뜰 수만 있다면, 아이가 자라는 것을 곁에서 볼 수만 있다면 고통쯤은..!
이렇게 비장하게 마음을 먹어보지만 막상 아프면 괜히 했다고 눈물을 흘리겠지..
또 잘 지나가고, 넘어서고 보면 이런 고민과 걱정들은 우스워지겠지.
일단은 자정부터의 금식과 내일 오전 입원, 그리고 여러 가지 검사와 수술까지 거기까지만 생각하자.
더 이상 뭘 어쩔 수 있는 것은 없고,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팔꿈치는 욱신거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