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두 번째 날 밤은 빈뇨 이슈 없이 한 번에 쭉 잘 수 있었다.
비록 낮잠을 많이 자서 늦게 자고, 새벽에 주사 맞느라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셋째날의 긴 하루가 다시 시작되고, 슬슬 적응이 되어간다.
머리가 너무 갑갑해서 혼자라도 감을 수 있나 간호사 데스크에 문의했는데, 감사하게도 샴푸실에서 도와주신다고 했다.
삼일 만에 머리를 감으니 너무 개운하고 상쾌해서 감사인사가 절로 나왔다.
혹시 몰라 챙겨 온 작은 선풍기로 머리를 말리며 드라마를 봤다.
무통주사가 다 들어가서 떼어냈다. 오늘 저녁엔 링거도 뗼 수 있다고 한다. 드디어!
다행히 팔은 아직도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아서 잼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물론 힘을 주면 뻐근하고 욱신거린다.
무통 주사와 진통제 효과가 하루정도는 몸에 남아있을 테니 방심할 순 없지.
어찌 됐든 가만히 누워서 먹고 보고 잠들며 쉬는 일이 슬슬 마음에 들어졌달까.
아이를 낳고 키우며 이런 시간을 가져보는 건 처음이다.
아니, 병원에 입원해서 이렇게 잘 적응하고 받아들이며 지냈던 적 자체가 처음이다.
그리 자주 입원했던 것도 아니지만, 난 늘 병원을 힘들어했다.
링거를 맞으면 혈관통을 느끼고 늘 피멍이 들었기 때문에, 폴대를 내 몸과 같이 하며 돌아다니기 불편해서,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 건 도저히 불편한 예민한 몸이라서.
하지만 요 몇 년 사이 정확히 언제라고는 콕 집을 수 없지만, 나는 조금 달라졌다.
아주 작은 자극, 고통, 어려움에도 쉽게 주저앉고, 견딜 수 없다고 단정 짓고, 스스로를 그 안에 가두어 두었다.
회사라는 틀을 깨고 나와 부딪힌 세상에는 훨씬 많은 가능성들이 있었고, 작은 성취들이 이어지며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었다.
꾸준히 했던 운동도 정신력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남들은 당연하게 여길, 나 혼자만 아는 대견한 일들도 늘어간다.
조금 불편하고 아프고 어려운 일들도 꾹 참고 삼켜보는 경험. 그걸 이제 와서야 하게 되다니.
나는 아직도 어리고, 아직도 멀었나 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수술과 입원생활을 통해 아주 조금 더 성장했다는 것이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후회와 두려움, 불안감과 피로 같은 것들을 홀로 이겨냈다는 감각은, 불안정한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크나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물론 100퍼센트 혼자 다 해낸 것은 아니다.
물을 떠다 준 의사 선생님, 머리를 감겨준 간호사 선생님, 옆자리 환자분, 다른 방 환자분들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고 친절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스스로 일어서려고 최대한 노력하되, 내 능력이 허락하지 않는 일에 있어서는 기꺼이 도움을 받고 나도 돕는다.
가족들의 사랑과 응원과 지지도 큰 힘이 됐다.
수술을 잘 이겨내고, 재활까지 무사히 마쳐서 건강한 팔로 내 일을 또다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