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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옐로롸이트 Aug 26. 2023

수술일기 (4)

사실 병원에서의 잠이 그리 편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수시로 들어와서 혈압과 체온을 재고, 주사를 놓거나 피를 뽑아가니까.


수술 다음날, 그러니까 둘째 날 새벽은 5시쯤 피를 뽑는 것부터 시작됐다.


한쪽 팔은 수술, 한쪽 팔은 링거를 꽂아놔서 채혈을 발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발은 손이랑 달라서 좀 아파요. 하는 예고와 함께.


과연 발에 꽂는 바늘은 손목의 두어 배 정도 아팠다.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찔금한다.


하지만 아프게 꽂은 바늘이 무색하게 피가 너무 천천히 나온다고 했다.


겨우겨우 다 뽑고 나서는, 이렇게 피가 느리게 나오면 굳어서 피검사가 안 나올 수도 있다며..


제발 다시 뽑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랐고 다행히 별말 없이 넘어갔다.



아침 7시 반에 조식이 나왔고, 9시엔 회진이 있었다.


오늘도 역시 의사 선생님은 목에 거는 팔 지지대를 손수 걸어주고 길이를 조정해 주며 컨디션을 물었다.


내가 애엄마가 아니었다면 반해버렸을지도 모를 다정함이었다.


간밤에 잦은 화장실 들락거림으로 괴로웠던 일을 이야기했고, 방광염 약을 한알 받았다.


오늘도 ‘수술이 잘 됐나요’하고 묻는 건 깜빡하고 말았다.


손에 감각은 다 돌아왔는지, 움직여지는지, 수술부위가 아프진 않은지 물었다.


수술 직후에는 손에 감각이 전혀 없고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 사실 조금 겁이 났다.


따끈한 손을 잡고 쓰다듬는데 느낌이 나질 않으니 마치 남의 손을 잡고 있는 기분이었다.


‘누군가 내 손을 잡으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내 손아 힘내’ 하며 깍지도 끼어보았다.


다행히 새벽부터 손끝이 서서히 저리며 감각이 돌아오더니 아침이 되자 손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감각이 돌아오고도 수술부위가 약간 아릿할 뿐 그다지 아프지가 않았다.


의사 선생님 질문에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외려 ‘아파야 하는데’하는 말이 돌아왔다.


이런, 너무 안 아파도 좋은 게 아닌 걸까.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엠알아이와 엑스레이를 찍었다.


어제 엠알아이 찍을 때 좀 숨 막히고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는데, ‘너무 잘 찍으시던데요?’하는 답이 돌아왔다.


우 씨, 그럼 이번에도 잘하고 싶잖아..


기를 쓰고 움직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팔꿈치 깁스 특성상 엠알아이 촬영이 어려운 부분이라 중간에 나와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임무를 완수하고 병실로 올라오니 멍하고 졸렸다. 무통주사 때문인 듯했다.



까무룩 한숨 졸고, 점심을 먹고, 아이와 남편이 면회를 왔다.


아이는 아몬드 빼빼로를 내밀며 엄마 꺼라고 했다.


병원 1층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잔뜩 껴안았다.


얼핏 봐도 살짝 떡진 머리를 보니 어제 내가 없다고 머리를 안 감겼나 보다.


하지만 그 덕에 아이의 귀여운 정수리 꼬순내를 잔뜩 들이키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면회를 마치고 올라와서 또 한숨 기절했다가 저녁을 먹고, 이번엔 부모님이 면회를 오셨다.


로비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혼자 병원에 있는 나를 두고 가기가 차마 발길이 안 떨어지셨는지 한 시간 반 가까이 오래 같이 있었다.


부모가 되어보니 그게 어떤 마음일지 대충 짐작이 됐고, 더 고마웠다.



무통주사 효과가 서서히 줄어드는지 팔도 조금씩 아려오고 멍한 것도 괜찮아져서 드라마 정주행도 시작했다.


오늘 밤에도 잠들기가 어려우면 아무 생각 없이 켜놓고 있을 생각이다.


오늘은 부디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가느라 일어나는 일이 없었으면.


무사한 밤을 보낼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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